「추악한 어른」들에 꺾이는 새싹 잇따른 어린이 희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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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안양과 천호동에서 일어난 2건의 보복 어린이 유괴사건은 자녀를 가진 모든 부모들에게 큰 충격을 주고 있다. 5월은 청소년의 달, 특히 어린이의 달이라고 하여 어린이들을 위한 행사가 많은 틈에 그토록 잔인한 범죄가 이루어졌다는 것은 어린이들이 가정과 사회에서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음을 드러낸 것이다. 이 사건 뿐 아니라 지난 9일에는 광주에서 현역군인이 정부의3남매를 총기로 살해한 사건이 있었고, 지난달 30일 순창에서는 나물 캐던 두 소녀가 살해되는 등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범죄가 느는 경향에 있다. 자위능력이 없는 어린이를 어른들의 원한 감정의 희생물로 돌리는 가증스런 범죄와 함께 교통사고로 떼죽음하는 것, 웅덩이에 빠지는 것 등 어린이들의 주위에는 위험이 가득하다.
지난13일 서울 성동구 하왕십리동에서 고장난「트럭」이 어린이 4명을 치어 죽인 교통 사고가 떼죽음의 대표적인 「케이스」.
이것은 놀이터였고, 어린이들의 비극이자 놀이터를, 만들어 주지 못한 어른들의 범죄이기도 했다.
이런 어린이 사고 중 교통사고는 점차 늘어나는 추세를 보여 올 들어 서울에서 만도 월 평균 1백건의 어린이 교통사고를 빚는 실태이다.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동 청계천 변의 경우, 지각없이 제방 밑까지 모래를 파먹는 인간 「모래벌레」 때문에 웅덩이가 생겨 모래사장에서 뛰노는 어린이들에게 큰 함정이 된 채 벌써 3명의 익사자를 기록한 실정이다. 이것은 곧 해마다 5월이 되면 청소년선도의 달이 정해지고 그때마다 청소년을 위한 사회 환경조성, 유해 환경의 배제, 어린이의 인권문제를 논하고 각종 어린이를 위한 행사를 하는 것이 항상 겉치레임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또 지난3월 서울 서대문구 만리동2가 하수도 공사장에서 길이 1.2m, 지름 60㎝의 콘크리트 관이 굴러 이재원씨(40)의 2남 용호군(9)이 깔려죽은 사고도 따지고 보면 어른들의 사소한 부주의가 어린이의 생명을 앗아간 좋은 예가 되었다.
이러한 환경의 불량에서 온 희생과는 달리 이번 안양과 천호동의 유괴살해사전은 어린이들이 가정과 사회에서 보다 철저히 보호되어야 한다는 경종을 울려주고 있다.
두 범죄가 모두 치정 관계에서 빚어졌으며 살해의 대장이 치정사건과 관계없는 제3자인 어린이라는 점에서 어린이의 보호와 함께 건전한 가정의 육성, 이상 심리자에 대한 사회 교육이 문젯점으로 나타나있다.
변호사 임채홍씨는 『각 가정이 보다 건강한 생활을 하는데서 이 같은 사건의 재발을 막을 수 있다』고 말하고 가정생활이 불건전한 것이 범죄의 깊은 요인이 되었다고 분석했다.
아동문학을 연구하는 권순영씨도 같은 의견을 보이고 다만 범죄자가 이상 심리자이기 때문에 대책이 그리 쉽지는 않으나 각 가정의 생활이 건강하여 이 같은 범죄요인을 만들지 않고, 한편 매스컴도 이 끔찍스럽고 저주스런 일은 보도를 신중히 함으로서 전염을 방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태림씨는 청소년의 달인 5월에 이런 끔찍한 일이 생긴게 가슴 아프다고 전제한 다음 『도덕심이 해이된 결과로 이런 일이 빚어졌고 따라서 잃어버린 도덕심을 높여 가는 사회 체적인 운동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또한 이것과는 다르지만 지난12일 부산에서 생긴 소년공 장용원군(15)의 자살 사건도 결국은 어린이의 보호시책이 불비한데서 생긴 것으로 보아 실질적인 아동 복리를 위한 사회 단체의 계몽과 실천이 있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백학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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