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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 원한에 제물 된 "5월은 어린이 달"| 두 어린이 보복 피살|2명 모두 외아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서울영등포구 영일국민학교 1년 장은석군(7)과 서울 성동구 가락동 410 최청일군(6)이 청소년 보호의 달인 5월의 셋째 주일인 16일을 전후하여 각각 유괴 살해되었다. 이들 두 어린이는 모두 외아들로 가족 내부의 원한으로 인한 어른들의 보복을 받아 희생되어 어린이를 보호해야 할 어른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장군은 자기 집에서 자라난 외사촌의 애인인 염영희(26)가 결혼하지 못하는데 원한을 품고 학교에서 수업을 마치고 귀가 도중 유괴했으며 청일군은 아버지 최일택씨(44)의 첩 고복선(33)에 의해 살해되었다. 경찰은 장군의 유괴 살해범 염이 음독 자살했고 청일군 살해범 고를 잡아 구속함으로써 사건 자체를 일단락 지었으나 이 두 외아들의 죽음은 어른들의 무책임과 바탕 등으로 인해 빚어져 가정과 어린이에 대한 책임을 어른들에게 깊이 되새겨 주었다.

<애인 고모 아들 살해|결혼 반대한다고…범행 처녀 자살>
16일 상오 5시30분쯤 경기도 안양읍 안양유원지 별장 뒷산 중턱에서 서울 영등포구 영일국민학교 1학년 장은석군(7·서울 영등포구 구로2동729의190 장주현씨의 외아들)이 손수건으로 목이 졸려 숨져있는 것을 산보 나왔던 김갑동씨(29)가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사건발생 11시간만인 이날 하오 4시30분쯤 경기도 용인군 용인면 금량장리 중앙여관에서 장군의 어머니 김영옥씨(42)가 키워온 친정조카 김승헌 병장(26)의 애인 염영희(26·경기도 시흥군 서면 광명리98)가 『장군을 죽여 복수했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음독 자살한 사실을 발견, 염이 장군을 유괴 살해했다고 단정하고 수사를 매듭지었다.
경찰은 염영희가 현재 파월 중인 김승헌 병장과 4년 전부터 결혼을 약속하고 사랑해왔으나 김 병장을 키워 부모나 다름없는 김 병장의 고모 김영옥씨가 이들의 결혼을 반대, 서로 헤어지게되자 앙심을 품고 김씨의 외아들인 장군을 유괴 살해하고 자신도 자살한 것으로 결론지었다.
시체로 발견 된 장군은 산 중턱에 손수건으로 목이 졸린 채 입과 코가 피투성이가 되어있었으며 왼쪽 뺨에도 심한 찰과상이나 있었는데 이날 상오9시쯤 시체를 검안한 안양 동산욋과 원장 김규환 박사는『사후 강직이 약하고 사반이 광범위하지 않은 점으로 보아 하루전인 15일 밤 9시 이전에 죽은 것』으로 추정했다.
장군은 15일 학교에 갈 때 입고 나간 휜「와이샤쓰」·「체크」무늬의 조끼와 감색반바지차림 그대로 숨져있었으며 머리맡엔 1백점을 맞은 국어 시험지와 자연·국어·산수교과서와 「노트」붙이기·필통·책받침·신주머니·실내화 등이 든 책가방이 놓여있었다.
또 책가방 옆에는 분홍 도롱꽃 이파리와 『그립다. 참아볼까. 어디로 갈까. 사람은 재산을 많이 모아야만 행복한 것인가』등의 내용이 적힌 염이 쓴 것으로 보이는 연두색「메모」지 2장이 갈기갈기 찢겨 흩어져 있었다.
장군은 15일 상오8시 등교, 상오 11시30분 수업을 마치고 담임 윤영자씨(30)가 다른 어떤 이들과 함께 교문 밖까지 바래다주고 행방이 없어졌다.

<"원수 갚았다" 유서>
염이 자살한 용인중앙여관에선 『어린애를 죽였다. 원수를 갚았다』는 내용의 유서가 발견됐다.
염은 가족들의 강권으로 지난 14일 저녁 8시쯤 영등포 시장 옥다방에 선보러나갔으나 상대남자를 만나지 못하고 집에 돌아왔다가 15일 아침 9시 나간 뒤 행방이 없어졌었다.
염의 언니 인희씨(34·영등포구 구로2동735의12)에 의하면 염은 4년 전 일어 강습소에서 당시 인하 공대를 다니던 김 병장과 사귀기 시작, 결혼까지 약속했으나 김씨의 고모 김영옥씨가 『염이 고교밖에 안나왔다』는 등의 이유로 반대해온 데다 지난 3월 휴가온 애인 김 병장마저 변심해 심한 고민을 해 왔으며 오빠 현태씨(29)등 가족들도『단념하라』고 강요하면서, 심히 구박을 했다는 것이다.
염은 10년 전에 부모를 모두 잃고 오빠 밑에서 영등포 새마을중·숭의여고를 나왔고 작년 말 영등포구 양평동 3가 광화 전신사에 잠시 다녔는데 내성적이어서 말이 없고 고집이 세나 노래도 잘하며, 학교 성적은 아주 우수했다고 언니 인희씨가 말했다.
염의 애인 김승창씨는 어릴 때 부모를 잃고 영등포공고 1년 때부터 고모 김씨 밑에서 자라 인하공대 3년 때 입대했었다.

<정부 아들 유괴|생활비 안 준다고>
지난 14일 하오4시쯤 집 앞에서 놀다 실종됐던 서울 성동구 가락동 410 장일탁씨(44)의 외아들 청일군(6)이 16일 상오 6시쯤 성동구 장지동246 하천 둑에서 피살 돼 있는 것을 인근 공사장 인부 유장수씨(33)가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원한관계로 인한 유괴 살인으로 보고 수사를 편 결과 죽은 청일군의 아버지 최씨의 첩 고복선(33·서울 성동구 천호동410)으로부터 청일군을 유괴 살해했다는 자백을 받아 이날 하오 고를 미성년자 유인 및 살인·사체 유기 죄로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고는 지난 14일 청일군의 친구 김대중 군을 시켜 최군을 불러 낸 다음 청일군에게 돈20원을 주어 아버지를 만나러가자고 유인, 「버스」편으로 수원시 연무동 재활원부근 저수지에서 살해하려다 그만 두고 천호동 자기 집으로 되돌아가 15일 상오1시쯤 안방에서 기저귀로 청일군의 목을 조르고 양손으로 눌러 죽여 장롱 속에 숨겨뒀다가 포대기에 싸서 10㎞쯤 떨어진 유기 현장에 내다버렸다고 자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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