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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가」로 그치는 한국의 핵가족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크리스천·아카데미」는 지난 14, 15일 이틀 동안「한가족제도는 어떻게 변질되고 있는가」라는 주제로「아카데미·하우스」에서 대화의 모임을 가졌다.
사회·인류·돈육·정신신경학자와 법률가·극작가 등 40여명이 참가한 이모임은 이효재 교수(이대·사회학)의 「사회 변동과 가족 형태」. 이광규 교수(서울대 사대·인류학)의 「한국 가족의 심각한 제 문제」에 대한 주제발표에 이어 김두헌 교수(건국대학원장)와 이남덕 교수(이대·국문학)의 논평과 참가자들의 전체토의로 진행되었다. 다음은 주제 발표의 요지와 토의 내용이다.
이효재 교수는 공업화·도시화의 사회적 변동으로 한국의 가족 형태는 대가족 제도에서 핵가족 형태로 변해가고는 있지만, 실제로는 2대가족의 비율이 높고(도시 75%) 농촌에서는 40%가 3대 가족이라고 말했다.
또 구조적으로는 핵가족의 형태라 해도 서구의 그것처럼 남녀가 결혼하면 새로운 가정을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가계승의 원칙 아래 주거단위의「분가」일 따름이라고 지적했다. 1백92명의 주부(서울)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 의하면 분가 한 후에도 시집과, 친정·형제간의 왕래가 잦고 서로의 생활 「서비스」가 밀접하며 시부모의 간섭을 받는다가 73%에 이르고 있다.
분가해서 살고있는 자녀들도 노후에는 부모를 모셔야 한다가 대다수고, 계속 별거할거라는 사람은 3%뿐이다. 누가 모셔야하는 문제에서는 아들이면 누구나 형편대로 모시는 것을 원칙으로 생각하고 딸이 모셔야한다는 사람은 한사람도 없었다.
실제로는 친정과의 왕래가 더 밀접하고 도시에서는 친정식구와의 동거경향이 높아지면서도 노후의 부모를 모시는 것은 절대로 아들이라는 주장은 아들중심·가문계승의 가치관에 기반 한 제도라고 지적하고 앞으로는 호주·재산·제사상속 등 남자위주의 가족법을 개정하고 아들딸의 구별 없이 형편대로 모실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규원씨(서울 의대 소아·정신 의학)는 아이들도 갈등이 내재하는 어른들 사이보다 정서적으로 원만한 가족 속에서 자라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말했다.
이광규 교수는 가 계승이 주가 되는 의존적 가족구성의 의식구조에서 탈피하지도 못하고 사랑을 기반으로 한 서구의 것을 게대로 받아들이지도 못한 상태에서 가족 상호간의 불 신속에 고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산업화의 급진적인 변화에서 오는 불안과 함께「룰」이 없는 경쟁에서 사회집단에는 가족주의가 복잡하게 줄거리를 이루고 있다고 말하고 혈연·지연·학연·직록·교회록·인연 등이 개인의 능력에 앞서 행세하는 폐단을 가져왔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남덕 교수는 남성들의 여성관이 하나의 인간으로보다 옛날에는 생산적, 현재는 성적대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처럼 여성을 생물학적으로 중시하는데서 가족 관계에 모순이 생긴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노인들은 너무 자녀들에게 의존하지 말고 좀더 유유자적하는 생활태도를 갖도록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노후에 함께 모여 살 수 있는 노인 촌의 설치를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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