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내수와 수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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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비단 전자공업뿐이 아니겠지만 그 성장과 발전의 「키」는 시장이다. 팔 곳이 없으면 투자도 생산도 쓸모 없는 일이며 그 산업의 존재가치 자체가 없어진다.
시장은 국내시장과 해외시장으로 형성되며 이 두 시장의 내용과 크기에 따라 해당산업의 생산구조와 발전의 양상이 좌우되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염두에 두고 우리 나라 전자공업 제품의 시장구조를 분석해 보면 한마디로 취약하기 이를데 없다.
이것은 국내시장확대가 수출시장확대의 필수불가결한 선행요건이라는 사실을 외면, 오히려 전자를 제한하고 후자만을 무리하게 강요해온 정부의 본말이 전도된 육성 시책이 빚은 결과다.
우리는 흔히 국내전자제품시장이 협소하다는 말을 듣는다. 그래서 수출증대만이 돌파구라고 한다.
그러나 사실은 내수시장이 결코 협소한 것이 아니며 정부가 그렇게 만들었을 뿐이다.
최근 5년간의 생산액에 대한 내수와 수출 추세를 보면 그러한 주장의 근거가 분명해진다. 즉 내수증가율은 인구 및 소득증가와 함께 예상되는 자연증가율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규모면에서 거의 정체돼있다.
66년에 1천8백50만8천불 규모이던 내수는 67년에 3천3만9천불로 약1천2백만불, 62.3%의 비교적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을 뿐 그 이후의 증가율은 68년 22·5%, 69년 3·1%로 급격히 둔화, 67년 이후 3년간 연평균 3천만불 규모에 정체돼 있는 실정이다.
70년의 내수규모가 5천1백여만불로 한해 전보다 35·7%가 증가한 것처럼 기록되고 있긴 하나 이 수치를 전부 내수라고 보는데는 난점이 있다. 즉 이 수치는 그해의 전체생산액 중 수출실적을 뺀 것으로서 그 중에는 수출용으로 생산됐으나 수출이 실현되지 않아 재고로 남은 것이 상당량 혼입 계산돼 있음이 틀림없다. 9천2백만불로 설정했던 수출목표를 60%도 채 달성하지 못한 사실이 그러한 혼입 계산 가능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따라서 지난해의 내수규모는 실제에 있어서 4천만불을 약간 상회, 계속 정체성을 벗어나지 못했을 것으로 짐작되는 것이다.
내수시장의 이 같은 정체현상은 고가격정책에 기인한다. 생산 및 판매의 독과점체제에다 겸하여 조세정책면에서 높은 세율을 적용함으로써 정부는 엄청나게 비싼 값을 강요해 왔다.
TV가 바로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겠는데 정부는 ①수출을 장려한다는 명목으로 시판용부품수입에 대해 전자제품수출실적과의 「링크」제를 실시하고 있으며 ②민족자본 또는 민족기업보호라는 이름 밑에 합작투자업체의 참여를 사실상 금지시키고 있고 ③TV를 사치성물자로 규정, 대형 65%·소형 50%의 물품세와 「브라운」관을 비롯한 주요수입부품에 대해 일률적으로 50%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으며 또 최근 부품소재에 한해 특관세를 면제키로 했으나 「브라운」관 같은 핵심적인 부품에 대해서는 최고 90%까지의 특관세를 계속 부과하고 있다.
전자제품, 특히 수요신장 「템포」가 급속하고 또 가격에 대한 탄력성이 높은 가전제품의 세율이 이렇게 전반적으로 높은 것은 한국특유의 현실이다.
전자제품에 대한 물품세율은 67년까지의 30%수준에서 68년 50%(TV·전축·녹음기 등), 70년에는 최고 65% 수준으로 오히려 계속 인상돼 왔으며 전혀 제품의 관세부담율은 14%(69년)로서 여타 수입물자 평균부담율 7·4%의 약2배나 된다.
값이 싸지면 수요가 늘어나며 수요증가는 세율의 인하에 관계없이 세수가 증가되고 더욱 중요한 것은 전자공업의 발전을 촉진케 된다는 사실을 정부는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아무튼 내수에 대한 독점공급체제, 그리고 고율의 세금 때문에 국제가용보다 엄청나게 비싼 가격체계가 형성돼 있으며 이러한 가용체계는 내수를 정체시키고 있을 뿐 아니라 이 때문에 가동율이 떨어져 생산과 수출까지 둔화시키는 이외에 외국인투자유치에도 장벽이 되고있다.
70년 말 현재 우리 나라의 전자제품 연산능력은 그간의 비교적 활발한 투자로 9백54억원에 달하고 있다. 특히 삼성-「상요」·삼성-NEC와 같은 대규모 합작업체의 가동은 생산능력 확대에 크게 기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수 시장의 제한과 수출시장 여건의 악화 때문에 실제 생산액은 설비능력의 3분의1에 불과한 3백29억원에 그쳤는데 이는 가동율이 그만큼 저조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우리 나라 전자제품의 수출시장 구조는 미국에 편재해 있다. 70년의 경우 총수출액의 76·8%가 미국으로, 다음이 「홍콩」으로 14·7%가 각각 수출 됐다.
이는 현재 우리 나라 전자제품수출이 주로 미국계 외국인투자업체에 의한 대미 역수입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는 때문이며 따라서 「트탠지스터」·IC·「헤더」 등 전자부품수출이 전체의 90%에 가깝다. 수출구조의 취약성을 여실히 반영해 주는 좋은 증거이며 내수시장의 제약과 함께 전자공업의 큰 문제점이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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