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공채 최고 134대1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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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준비생 김진한(29·가명)씨는 지난 19일 25분 만에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서 광진구 화양동 건국대학교로 이동했다. 오전에 산업은행 필기시험에 응시한 후 오후 1시30분까지 서울보증보험 필기시험장에 도착하기 위해서다. 김씨는 “산업은행 필기시험이 경기고에서 오후 1시에 끝나 미리 예약한 오토바이 퀵서비스를 타고 이동했다” 고 말했다.

 금융공기업·시중은행 등 금융권 입사를 희망하는 취업준비생들의 공채 열기가 뜨겁다. 지난 19일엔 한국은행·금융감독원·수출입은행 등 6곳의 필기시험이 동시에 이뤄졌다. 공인회계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올해 금융권 공사에 지원한 한종훈(27·연세대 경제학과)씨는 “공인회계사 수가 늘어나면서 회계사 자격증만 가지고는 대형 회계법인에서도 초봉 4000만원 수준”이라며 “연봉도 높고 안정적이며 복리 수준이 우수한 산은이나 금감원 등 정책금융사에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복 서류 합격으로 인한 결시생들도 눈에 띄었다. 금융감독원의 한 고사장에는 74명 정원인 강의실에 40명이 결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생 윤현주(24)씨는 “원서 낼 때는 어디 붙을지 모르니 일단 모든 공기업에 지원서를 낸 뒤, 붙은 곳 중에서 서술형·객관식 등 자신 있는 과목을 고려해 시험 볼 곳을 정했다”며 “같은 스터디 멤버끼리도 어디 가서 시험 볼지 서로 말 안 하는 눈치작전을 벌인다”고 전했다.

 하반기 공채가 진행 중인 시중은행 경쟁률 역시 다르지 않다. 올해 하반기 공채의 경우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시중은행의 채용 규모는 소폭 상승했지만 일반기업 공채 규모가 줄면서 지원자 규모가 늘었다.

지난 11일 서류합격자를 발표한 하나은행의 하반기 공채의 경우, 기업전담·글로벌부문 포함 총 100명 채용 예상에 1만3400명이 지원했다. 134대1의 경쟁률이다. 지난 9월 말 서류접수를 마감한 우리은행 하반기 공채에는 200명 채용에 1만8000여 명의 지원자가 몰렸다. 기업은행의 경우 220명 채용 예정인 하반기 행원 전형에 2만1000여 명이 지원해 ‘95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지상·김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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