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철의 쾌속질주, 가을은 '천고마비' 아닌 '철고마비'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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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일간스포츠]

가을을 표현하는 한자성어로 천고마비(天高馬肥)가 있다.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찌는 계절이란 뜻이다. 두산 팬들에게 가을은 철고마비(哲高馬肥)이기도 하다. 가을은 임재철(37)이 높이 날아오르는 시절이기 때문이다.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2번타자로 선발 출장한 임재철은 3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 한 개의 안타가 결정적이었다. 3회 무사 1·2루에서 번트 자세를 취한 뒤 강공으로 전환해 우전안타를 만들었다. 무사 만루 기회를 만들었다. 임재철은 "사실 번트 사인이었다. 그런데 김용의나 오지환 등 수비가 전진하는 게 보여 휘둘렀다"고 말했다. 베테랑다운 상황 판단. 결국 만루에서 김현수의 타구 때 LG 수비진의 실책이 나와 두산은 2-1 역전에 성공했다.

주루 플레이도 일품이었다. 4회 2사 뒤 볼넷을 고른 임재철은 정수빈의 3루타 때 전력 질주해 홈까지 파고들었다. LG의 중계플레이가 완벽했지만 임재철의 발이 빨랐다. 6회에도 볼넷을 고른 임재철은 정수빈의 번트 안타로 2루까지 갔다. 그리고 다음 타자 최준석의 라인드라이브 타구가 나왔을 때 LG 2루수 손주인이 펄쩍 뛰어 공을 잡은 뒤 2루를 향해 던졌다. 더블 플레이로 이닝 종료가 될 수 있는 상황. 하지만 임재철은 타구를 보자마자 공을 본 뒤 재빠르게 돌아왔고, 결국 최주환의 적시타 때 홈을 밟았다. 3번 출루해 3득점. 임재철은 "직선타라서 바로 멈췄다. 내가 제일 잘 했던 플레이가 아닌가 싶다"고 했다.

수비에서도 한 방이 나왔다. 두산이 4-5로 쫓긴 9회초 1사 2루. 이진영의 좌전 안타가 나오자 LG 2루주자 이대형은 3루를 돌아 홈으로 질주했다. 그러나 좌익수 임재철이 타구를 잡은 뒤 홈에 뿌린 공은 원바운드된 뒤 포수 최재훈에게 정확하게 연결됐다. 태그아웃. 말 그대로 '한 점'을 막은 플레이였다. 임재철은 "어깨로는 내가 대한민국 최고 아닌가"라며 "정확한 타이밍에 공이 왔다. 아웃되리라는 자신이 있었다"고 했다.

임재철은 PO 2차전까지 벤치를 지켰다. 김현수와 이종욱, 민병헌, 정수빈까지 뛰어난 외야수들이 많기에 당연한 일이었다. 리즈가 선발로 나선 PO 2차전에서는 선발 출장도 유력했다. 리즈를 상대로 올 시즌 4타수 2안타 2볼넷으로 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회는 오지 않았고, 9월 29일 목동 넥센전 이후 거의 3주 가까이 선발로 나가지 못했다.

하지만 8번이나 가을 잔치에 나가면서 필요할 때마다 인상적인 활약을 펼쳐 '가을 남자'란 별명을 얻었던 그다. 이번 포스트시즌에서도 단 한 번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자신의 역할을 100% 해냈다. 임재철은 "1년에 한 번 잘 한 것"이라고 웃으면서도 "1회에는 조금 떨리긴 하더라. 경기는 못 나갔지만 보이지 않는데서 준비 많이 했다"고 했다. 보이지 않는 노력은 팀의 승리로 이어졌다.

김효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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