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주는 LG가 부리고, 승리는 두산이?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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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일간스포츠]

LG가 막판에 몰렸다. 두산이 잘했다기보다 LG가 못 해 스스로를 궁지로 몰아넣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LG는 19일 두산과 플레이오프(5전3선승제) 3차전에서 4-5로 졌다. 남은 두 경기를 다 이겨야 한국시리즈에 올라 삼성과 우승을 다툴 수 있다. 두산은 1승만 더하면 한국시리즈 행이다.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LG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기본기 부족이다. 패한 1, 3차전은 물론이고 승리한 2차전 역시 수준높은 경기를 보여주지 못했다. 김기태 LG 감독도 "2차전은 리즈의 호투로 다른 선수의 부진이 만회가 됐다"고 인정했다. LG 전력에 조금씩 틈이 벌어지면서 전체 흐름이 두산 쪽으로 넘어갔다.

겉으로 봤을 때는 전혀 이상이 없다. LG는 3차전까지 팀 평균자책점 1.38로 철벽 마운드를 자랑하고 있다. 타격도 좋다. 팀이 0.289를 치며 3할에 가까운 활발한 공격력을 뽐내고 있다. 두산은 팀 평균자책점과 팀 타율이 각각 2.77, 0.165다. 전체적인 투타에서 LG가 두산을 압도하고 있다.

그런데 결과는 왜 거꾸로 나오고 있을까. 기본에 충실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큰 경기는 수비, 주루, 작전 등 작은 것이 승패를 가른다. 이 부분에서 LG가 두산에 밀리고 있다. 그것이 2패에 결정적 영향을 줬다.

LG는 홈에서 득점하지 못하고 잡힌 것이 3차전까지 5차례다. 1점 뒤지고 있던 3차전 9회 초엔 2루에서 연속 안타가 나왔지만 주자가 홈에서 연속 아웃됐다. 두산 외야수의 송구가 좋았다고 위안을 삼기엔 너무 아쉬운 장면이었다. 김기태 감독은 경기 뒤 "주루 훈련이 중요하다는 걸 선수들이 깨달았을 것"이라고 했다. LG는 2-0으로 이긴 2차전에서도 네 차례의 주루사가 나와 힘든 경기를 했다.

이 때문에 LG는 잘 던지고 잘 치고도 실속을 챙기지 못했다. 3차전까지 낸 점수는 고작 8점으로 경기당 2.67점에 그치고 있다. 타율이 LG보다 1할 이상 처지는 두산이 3경기에서 9득점한 것과 대조적이다. 물론 여기엔 LG 수비진이 저지른 6개의 실책도 한 몫 했다.

김정준 SBS ESPN 해설위원은 LG가 흔들리는 이유로 경험 부족을 지적했다. 2002년 이후 11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오른 LG는 가을 야구를 해본 선수가 많지 않다. 그는 "LG 선수들이 마음만 급하고 몸이 안 따라주고 있다. 주루사가 자주 나오는 것도 경기를 풀어나가는 능력이나 요령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LG는 올 시즌 10홈런 이상 친 타자가 없다. 그래서 착실하게 1점을 내고 꼼꼼하게 1점을 막는 것이 어느 팀보다 필수적이다. 전문가들은 LG가 두산에 앞서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말한다.

김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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