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자금 유입 작년보다 많지 않아 … 1년 새 코스피 2300 간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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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구훈(51·사진) 골드먼삭스 조사분석부 전무는 최근 미국 출장을 다녀왔다. 지난주 워싱턴DC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 연차총회에 참석한 뒤 뉴욕에 들러 현지 투자자들에게 한국 시장에 대한 전망을 들려줬다. 미국에서 그가 확인한 건 두 가지. 세계 경기가 회복세에 접어들었다는 강한 확신, 그리고 한국 시장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높은 관심이다. 그는 “(총회에 참석한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 세계적으로 거시경제가 나아진다는 데 이견이 거의 없었다. 몇몇 리스크를 감안해도 한국 증시는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IMF·세계은행 연차총회의 분위기는 어땠나.
“미국 연방정부 폐쇄가 큰 이슈이긴 했지만 ‘내년 성장률을 흔들진 않을 것’이라고 보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경기 회복에 대한 강한 공감대를 확인했다. 특히 미국과 유럽의 내년 경기가 올해보다 좋아질 거란 데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이 없었다.”

-뉴욕에서 만난 투자자들과는 어떤 얘기를 나눴나.
“한국에 대한 관심이 많다. 투자자들을 많이 만나 한국 시장 전망을 들려줬다.”

-이미 외국인 자금이 엄청나게 들어왔는데.
“그렇게 많이 들어왔다고 보지 않는다. 올 들어 7월까지 외국인 자금이 정말 많이 빠져나갔다. 그러다 갑자기 자금이 몰려 들어오긴 했지만 올해 전체로 보면 3조7000억원 정도만 들어왔을 뿐이다. 2010년에 21조원, 지난해에 17조원이 들어왔던 걸 생각하면 엄청나다고 보지 않는다.”

-더 들어올 여지가 있단 건가.
“타이밍은 모르겠지만, 우리는 코스피가 1년 내에 2300까지 간다고 본다. 외국인이 9월에만 7조원을 투자했는데 이 수준으로 계속 진행되지는 않을 것이다. 부담도 있고. 다만 펀더멘털을 보면 주가는 더 오른다고 전망할 수 있다. 세계 경기가 내년에 풀리고, 한국 증시에는 경기에 민감한 종목이 많으니까.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를 감안해도 그렇다. 다만 외국인이 더 살지, 개인이 더 살지는 모르겠다.”

-외국인과 개인이 서로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결국 외국인만 돈 버는 형국이다. 이런 모습이 거듭되는 이유가 뭘까.
“누군가 사면 누군가 파는 거다. 보는 시각이 다르니 사고파는 시점이 다르다.”

-정보의 차이에서 빚어지는 일인가.
“정보의 양이 다른 게 아니라 주의 깊게 보는 정보가 다르다. 개인은 지나간 걸 많이 보는 것 같다. 예를 들면 차트 분석하는 이들은 얼마나 올랐고 얼마나 내렸는지를 본다. 외국 기관투자가들은 그런 걸 보지 않는다. 경기 선행지표를 본다. 2분기 경제성장률이나 3분기 성장률을 발표해도 관심 없다. 과거니까. 4분기 전망과 내년 전망이 중요하다. 불확실성은 있지만 주가는 미래에 따라 움직이기 마련이다.”

-외국에서 장기성 자금이 많이 들어와 상승세가 몇 년 지속될 거란 분석도 있다.
“외국인 투자 자금은 장·단기로 나눌 수 없다. 자금 자체는 몇 년을 두고 투자하더라도 한국에만 투자하는 펀드는 없다. 한국이 좋으면 많이 넣고 안 좋으면 또 뺀다. 단기로 보고 들어왔다가도 좋다고 보면 안 빼는 식이다.”

-10년 주기설 등이 떠돈다. 2003년처럼 3~4년 이어질 큰 랠리가 시작될 거라는 전망인데.
“주가를 그렇게 장기적으로 전망할 수는 없다. 빨리 오르면 빨리 내리기도 하고, 어떤 변수가 튀어나올지 모른다. 큰 틀에서 경기가 상승세로 전환했기 때문에 그렇게 단순화해서 설명하는 것 같다.”

-개인투자자가 주의해서 봐야 할 지표가 있다면.
“개인투자자들이 그 지표를 다 볼 수는 없다. 소비자물가지수(CPI)·구매관리자지수(PMI) 같은 지표가 하루에도 수백 개씩 나온다. 나도 다 따라잡진 못한다. 본인이 갖고 있는 투자 원칙을 따라가면 된다. 분명한 건 미래를 보고 투자해야 한다는 거다. 지나간 정보는 누구나 알고 이미 주가에 반영돼 있다.”

임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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