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는 「놀이」로 생활을 배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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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대한유치원 교육협회와 한국어린이교육협회는 제49회 어린이날을 맞아 4일 하오 2시 『나의 자녀가 귀하면 남의 자녀도 귀하다』는 제목으로 YMCA에서 기념 강연을 가졌다. 이날 기념강연의 주제는 「어린이 놀이」(이상금·이대교수·아동교육학)와 「불량식품에서 어린이를 보호하는 방법」(권숙표·연대교수·위생학)이었으며 특히 어린이생활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동시에 가장 중요한 학습활동이기도한 「어린이 놀이」에 대한 지도와 이해가 강조되었다. 다음은 「어린이놀이」에 대해 강연한 이대 이상금 교수의 강연을 요약한 것이다.
건강한 어린이라면 아침부터 잠잘 때까지 계속해서 움직이며 노는 것이 정상적인 현상이다. 놀이는 어린이 생활과 그의 신체·정신적 활동의 전부이므로 어린이는 놀이를 통해 생활방식·지식 등을 배우게 된다. 따라서 어린이에게 효과적인 「놀이지도」를 해준다면 지능발달을 비롯한 모든 학습을 훌륭히 시킬 수 있게된다.
어린이의 놀이는 연령의 변화에 따라 양상과 범위가 변하게 된다. 요람 속에서 어른이 흔들어주는 방울소리를 듣고 놀던 아기는 걸음마를 배우면서부터는 집안과 마당으로 범위를 넓히며, 4∼5세에 달하면 집밖에서 친구들과 놀기를 원하게된다.
장난감도 손으로 쥐어보고 또 들여다 보고하는 정도에서부터 점차 몸을 크게 움직여서 만지고 옮길 수 있는 도구를 요구하게된다. 따라서 나이에 맞는 장난감과 확대된 장소 및 친구를 허락해주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지도가 된다.
흔히는 「어린이놀이」가 어린이의 신체·사회성발달에만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사실상 어린이놀이는 정서와·지능 발달에도 크나큰 영향을 주고있다.
놀이는 거의가 신체적인 움직임을 통해서 이뤄지는 것이므로 신체의 발달과 건강증진에 필요한 것임은 물론 친구와 어울려 소꿉놀이, 병원놀이 등을 해봄으로써 앞으로 겪게 될 성인사회를 연습하기도 하는 것이다.
또 이에 못지 않게 필수적인 영향은 놀이를 통해 얻는 정서적인 안정이다. 친구를 요구할 때 친구를 얻지 못하면 불안정한 정서발달을 초래할 염려가 많고 한편으로 장난감의 모양·색깔·소리·위생으로 인해 정서발달에 많은 영향을 주게된다.
근래에 와서 많은 관심을 모으는 「조기교육」의 성패여부도 어린이의 놀이를 어떻게 지도하는가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
이화여대의 조사에 따르면 서울의 중류이상 가정의 어린이가 가진 장난감은(종이·모래 등도 포함) 남자가 8개, 여자가5개 정도로 나타났다. 이것은 외국에 비할 때 무척 빈약한 것인데 숫적인 빈약은 물론 우리 나라 장난감의 질은 더욱 불량한 것이 많다. 창의력 없이 외국 것을 모방한 것은 비싼대로 쓸 수 있는 수준이나 딱지·깡통과 「플라스틱」제품, 화약 등 불량하고 위험한 것도 하나 둘이 아니다.
또 어린이의 놀이장소도 적합치 못한 곳이 많아 놀이 시설을 갖춘 놀이터는 서울에 64개소정도이며 놀이터나 학교주변의 환경관리는 어린이들을 마음놓고 보낼 수 없는 곳이기도 하다.
어린이 놀이 지도의 기본지침은 「자유롭게 놀도록 하는 것」이다. 비싼 장난감이라도 고장나도록 갖고 놀면서 배우는 것은 비싼 장난감을 보고 두는 것보다는 훨씬 도움이 된다.
우선 가정에서부터 어린이 놀이에 대한 지도와 환경조성에 노력해나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것일 것이다. <정영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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