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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읽기] 바람 가르는 황금 물살 … 스트레스 싹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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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경기도 하남시 미사리, 2013. 10]

속도는 인간 한계의 다른 말입니다. 네 발로 달리는 동물들에 비해 턱없이 느린 인간은 그래서 ‘질주본능’이라는 말을 만들어 냈습니다. 또 그것을 대리만족하기 위해 많은 속도놀이를 개발했습니다. 그것들이 자동차·모터사이클 경주·경마·경륜입니다. 경정(Motorboat Racing)도 그중 하나입니다. 지난 3일 경기도 하남시에 있는 미사리 경정장. 굉음의 모터소리에 몸이 들썩입니다. 전속력으로 달려온 6대의 모터보트가 몸싸움을 하며 첫 번째 코너로 진입합니다. 보트들이 아슬아슬하게 스치며 선두경쟁에 나섭니다. 프로펠러가 물살을 가르며 물기둥이 솟구칩니다. 물기둥의 파편은 햇빛에 반사되어 황금빛으로 물듭니다. 출발해서 10초 이내에 도착하는 첫 번째 코너가 승부의 갈림길입니다. ‘수상(水上)의 격투기’라 불리는 경정은 모터보트를 탄 6명의 선수가 600m 경주장을 세 바퀴 돌아 순위를 가리는 경기입니다. 경정은 1904년 영국에서 최초로 열린 이후 지금까지 인간의 질주본능을 대리만족시켜 주고 있습니다. 경정에 사용되는 모터보트는 전장 2.9m, 너비 1.3m, 중량 75㎏으로 일반 모터보트에 비해 3분의 1 정도 크기입니다. 승선인원 1명, 배기량 403cc 2사이클 2기통 엔진, 32마력. 시속은 약 40노트(75㎞)입니다. 모터보트는 달리며 만들어내는 물살로 인해 더 빠르게 느껴집니다. 계절이 바뀌는 이즈음. 경정을 보노라면 ‘가을 탄다’는 말을 잊을 겁니다.

글·사진 오상민 기자

◆미사리 경정=올해 2월 15일 시작돼 오는 12월 19일까지 매주 수·목요일 열립니다. 현재 국내엔 160명의 선수가 등록돼 있습니다. 이 중 20여 명이 여자선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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