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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속살' 스크린에 생생 터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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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 영화 ‘신 시티’는 어둡다. 도시에는 죄가 넘치고 구원의 탈출구는 아득하기만 하다. 촬영 현장에서 로버트 로드리게스(왼쪽)감독과 원작자인 프랭크 밀러가 의견을 나누고 있다.

미국의 유명 만화가 프랭크 밀러의 작품은 '만화(Cartoon)'로 불리지 않는다. 대신 '그래픽 소설(Graphic Novel)'로 취급된다. 시중 서점에서도 그의 책은 만화가 아닌 그래픽 소설 코너에 꽂혀 있다. 이유가 있다. 소설에 버금가는 깊이가 있기 때문이다. '데어 데블' '배트맨' 등 그의 작품 세계는 암울하기 짝이 없다. 그러나 그 속에는 인간의 아킬레스건을 가르는 통찰력이 진하게 흘러내린다.

"영화로 만들지 않겠다"고 한사코 반대하던 밀러가 대표작 '신 시티(Sin City)'를 영화화했다. 영화 '데스페라도''황혼에서 새벽까지' 등으로 유명한 감독 로버트 로드리게스와 함께 메가폰을 잡았다. 1991년부터 출간된 '신 시티' 시리즈에 사로 잡힌 미국 팬들은 영화화에 열광하고 있다. 4월 개봉 첫 주 '신 시티'는 전미 박스 오피스 1위에 올랐다(국내 개봉 6월24일). 지난달 24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한 호텔에서 로드리게스 감독을 만났다. 멕시코 출신인 그는 카우보이 모자에 카우보이 재킷을 걸치고 나왔다.

-프랭크 밀러를 어떻게 설득했나.

"밀러의 반대는 단호했다. 그는 할리우드를 알고 있었다. 피치 못할 타협이 원작을 해칠 것이라고 믿었다. 그래서 5분짜리 첫 신만 미리 영화로 만들었다. 할리우드 '무비'가 아니라 작품성 있는 '시네마'로 만들겠다고 설득했다. 직접 보고서야 밀러는 고개를 끄덕였다."

-밀러와 공동 감독을 맡았는데.

"미국에선 드문 시스템이다. 그래서 이를 금하는 감독 조합에서도 탈퇴해야 했다. 밀러는 장면의 분위기를, 나는 구체적인 방향을 연출했다."

-'신 시티'를 언제 처음 읽었나.

"92년에 처음 접했다. 작품은 충격이었다. 그 후 새로운 시리즈가 나올 때마다 빠짐 없이 수집했다. 밀러는 나의 우상이다. 어두운 도시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주인공들의 질주와 사랑담에는 인간과 죄, 그리고 구원에 대한 성찰이 담겨 있다. 그래서 영화도 로드리게스의 '신 시티'가 아닌 밀러의 '신 시티'로 만들었다."

-영화가 만화와 너무 똑같다는 지적도 있다.

"만화처럼 영화도 흑백으로 처리했다. 장면 하나까지 똑같이 만들려 했다. 그게 오히려 힘들었다. 아무런 세트도 없는 그린 스튜디오(가상 스튜디오)에서 배우들이 허공을 향해 연기했다. 그리고 배경은 컴퓨터 그래픽으로 처리했다."

-브루스 윌리스, 미키 루크, 제시카 엘바, 브리트니 머피, 클라이브 오언 등 톱 스타들이 대거 출연한다. 캐스팅이 힘들진 않았나.

"캐스팅을 위해 밀러와 함께 브루스 윌리스를 찾아 갔다. 그는 영화 '호스티지' 출연과 제작으로 한창 바쁜 터였다. 미리 제작한 5분짜리 '신 시티' 비디오를 보여 줬다. 1분쯤 보다가 그는 비디오를 껐다. 그리고 '결심했어. 앞으로 어떤 장면이 나와도 이 작품에 출연하겠다!'고 약속한 뒤 다시 비디오를 켰다. 그 만큼 배우들에게 '신 시티'는 매혹적인 작품이다."

-감독 집에다 그린 스튜디오를 지었다던데.

"텍사스의 조그만 비행장을 사다가 집과 스튜디오를 함께 지었다. 배우들의 식사는 우리 집에서 해결했다. 피자부터 바베큐까지 직접 요리해서 대접했다. 덕분에 파티장 같은 분위기에서 촬영이 계속 이어졌다."

-속전속결로 촬영을 마쳤다고 들었다.

"2주밖에 걸리지 않았다. 디지털 영화인데다 100% 스튜디오 촬영이었다. 조명과 촬영, 시각적 효과 등 머리 속에 어떻게 찍을지 다 계산돼 있었다."

-제작비는 얼마인가.

"모두 4500만 달러(약 450억원)다."

-속편도 나오나.

"물론이다. 이번 작품은 모두 세 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다. '신 시티' 시리즈의 다른 에피소드로 속편이 제작된다."

로스앤젤레스=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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