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10)|태국건설회사전무 채영석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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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태국 굴지의 건설회사「촉차이·인터내셔널」의 전무인 채영석씨(46)와 오키스트러의「첼리스트」인 부인 이영자씨(40)는 탄탄한 생활기반과 한국인의 긍지를 굳혀 가는 하루하루의 생활에 보람을 느끼고 있다. 채씨가 4명의 전무중 한사람으로 일하고 있는「촉차이」회사는 세계은행(IBRD)이 도로공사를 지명한 태국 유일의 회사이며, 건설업밖에도「방콕」에서 가장 큰 27층 짜리「빌딩」과 태국 제1의 중기수리 및 제조공장과 1만2천「에이커」의 농장을 경영하는 일류회사.
그가 태국에 발을 디딘 것은 지난 65년7월. 당시 「방콕」과「바탕이나라티」사이의 98㎞도로공사를「현대건설」이 맡았을 때 부 소장으로 부임했다.
67년9월 본사와의「트러블」로 현대건설을 그만두고 귀국준비를 하던 중 현「촉차이·인터내셔널」사장인 「촉차이·브라쿤」씨(중국계 태국인)의 권유로 처음에는 월7백50달러의「오피스·매니저」로 일하게됐다.
채씨가「촉차이」씨를 알게되기는 66년이었다.
그때만 해도「촉차이」씨는 일본「고마쓰」「불도저」회사의 임대부장으로 중기임대 교섭차 채씨를 자주 찾았다.
그러나 월남전 확전을 계기로 태국 안에 미군기지가 증설, 확장됨에 따라 대부분의 공사를 도맡게된「촉차이」씨는 1급 재벌의 경영주로 성장하게된 것이다.
현재 채씨는 「촉차이」회사의 일선업무뿐 아니라 육우목장 일까지 담당하고 있다. 태국은 전국토의 4분의3이 평야이고 그중 4분의3이 미개발 초원이다. 게다가 사료인 옥수수가 풍부하며 원당 찌꺼기로 비육이 손쉽기 때문에 육우목장의 전망은 밝다. 목장경영에 몰두한 결과로, 공과대학을 나온 채씨도 이제는 농과출신들 찜 쪄 먹겠다고 밝게 웃는다.
그의 월봉은 1천 달러. 10%의 소득세를 공제하면 약9백 달러. 태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일류회사 신입사원들이 월1백20∼1백45달러를 받는데 비하면 비록 고용된 입장이긴 하지만 충분한 대우를 받고있는 셈이다. 그러나 그렇게 말하는 그도 월급장이로서의 비애는 씻기 어렵다고 현재의 심정을 말한다.
채씨가 태국회사 중역으로 현재 일하고 있는 것은 한국인으로서는 유일한「케이스」이기도 하지만 부인 이영자씨의 활동 역시 눈부시다.
서울음대(첼로전공)를 졸업, 서울시립 교향악단을 거쳐 서울성신여고 음악교사로 있다가 남편을 따라 방콕에 온 이씨는 67년이래「오키스트러」인「프로뮤지카」에서 유일한 한국인「첼로」멤버로 활약해왔다.
이씨는 이밖에도「피아노」개인교수로 현재 약30명을 가르치고있고 교민회 교육부장, 재태 한국인 부인회 섭외부장 등 바쁜 직분을 맡고있다.
이씨가 소속해 있는「프로뮤지카」는 서독 공보원 소속으로서 서독의「몸마·한스」씨 지휘아래 미·서독·태국인등 40여명의「멤버」를 갖고 있다. 무보수인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이 오케스트러는 태국내의 파인·아트·심퍼니, 육·해·공군악단등 비교적 저 수준의「클래식」음악계를 리드해가고 있다.
『진주라 천리길』을 작곡하기도 한 부친 이종태 준장(전국 군 묘지소장)과 숙명여대음악과장을 지낸 모친 이효씨 슬하에서 자란 그에게는 비록 외국에 나와있어도 음악활동을 계속할 수 있다는데 커다란 만족을 느낀다고 한다. 「프로뮤지카」는 주1회 연습을 거쳐 국왕과 각국 외교사절을 초청, 3개월에 한번씩 정기연주회를 갖는다.
이씨는 재태 한국인부인회 섭외 부장직 외에도 교민회 교육부장을 맡고 있기 때문에 거의 하루도 한가한 날은 없다고 비명이다.
그에 따르면 한국인부인회는 매달 1달러씩 회원으로부터 성금을 모아 한국참전 태국상이군인 유족1명을 선정, 대학에 보내는 등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씨는 그의 활동으로 지난해 광복절 행사 중 서울에서 해외교포 유공자표창까지 받았으며 방콕「아시아·올림픽」때에는 선수들의 식생활에 헌신적으로 발벗고 나서 감동한 선수와 임원단은 그녀에게『김치부장』이라는 애칭을 붙여주기까지 했고 대한체육회는 표창장을 수여하기도 했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생활을 하고 있어도 이씨가 수입을 얻고있는 것은「피아노」개인교수 뿐.
약 30여명의 한국인 자녀, 일본을 비롯한 외국인 자녀들을 맡아 가르쳐 월3백 달러의 수입을 올리고 있으나 각종 활동을 하고 돌아다니노라면 이 수입이 집안 생활에는 사실상 커다란 보탬이 되는 것 같지는 않다고. 『현지 식모에게 집안살림지시를 하는 것을 포함, 일상용어가 보통 4개 국어가 되기 때문에 육체적인 피로보다 오히려 정신적인 피로가 더 큰 것 같다』고 말하는 그녀의 표정은 활발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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