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16개 팀 불러 놓고 … 공연 전날 취소한 정동극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5면

‘정동극장 돌담길 프로젝트1-걷고 싶은 길, 정동에서 듣고 싶은 음악’이야기는 당초 17일 시작해 다음달 9일까지 정동극장 마당에서 점심시간, 혹은 퇴근시간 무렵에 열릴 예정이었다.

 박주원(기타리스트)·김창완밴드·김그림·한충은밴드·조재혁(피아니스트)·서정학(바리톤) 등 16개 공연팀도 선정됐다. 고종황제의 첫 커피가 시작된 정동의 역사적 스토리를 찾아 매 공연에 앞서 바리스타의 커피 시연도 마련된다고 했다. 맛과 멋과 향이 더한 콘서트를 열어 도심 속에서 시민들에게 예술을 통한 휴식을 선물하겠다는 기획은 신선했다.

 하지만 공연 당일인 17일 정동극장 홈페이지 공지사항 코너에 프로젝트가 연기됐다는 안내문이 올라왔다. 더 황당한 건 출연진들에게 통보를 한 것도 공연 바로 전날인 16일이었다는 점이다.

 첫날 출연 예정이었던 기타리스트 박주원씨 소속사 JNH뮤직 이주엽 대표는 “극장 측에서 바로 직전까지도 선곡 목록을 보내달라더니 별다른 이유도 없이 갑자기 못하게 됐다고 알려왔다. 더욱이 공공기관이 천재지변도 아닌데 갑작스레 공연을 취소한 전례가 없어 더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정동극장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기관이다.

 각각 18일과 다음달 1일 출연 예정이었던 가수 김그림과 투빅의 소속사 넥스타 엔터테인먼트도 뒷수습에 정신이 없었다. 이들은 돌담길프로젝트 출연을 홍보하는 별도의 보도자료까지 냈었다. 남규석 대표는 “단독 공연으로 생각하고 준비를 아주 많이 했다. 팬들에게 약속을 어긴 게 됐으니 대학로나 강남에서 길거리 공연이라도 하자고 내부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출연진들은 공공기관에서 진행하는 무료공연이라는 이유로 낮은 출연료를 감수하고 동참했다. 계약금도 받지 않았고, 계약서조차 쓰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그런데도 극장 측의 해명은 요령부득이다. 올 6월 부임한 정현욱 극장장은 “야외무대를 제대로 설치하려 했는데 준비가 미흡했다.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극장에 대한 파악이 조금 부족했다”고 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정동극장 마당에서 열렸던 숱한 콘서트는 대체 무엇이었던가.

이경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