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여는 한 표 대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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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귀중한 한 표의 의사가 던져졌다. 27일은 제7대 대통령을 전 국민의 뜻으로 뽑는 날. 전국 9천4백1개 소에 마련된 투표 장소에 아침7시부터 주권 행사의 대열이 늘어서서 앞으로 4년간의 나라살림을 맡을 이 나라 대통령을 자기 의사로 가려내었다. 전국적으로 쾌청한 날씨를 보인 이날 유권자들은 일찍부터 투표소를 찾아가 투표 통지표를 내어놓고 선거인 명부를 대조, 투표 용지에 하나하나 자신이 고른 대통령에 기표했다.
전국적인 투표 분위기는 대체로 평온했으며 투표 통지표와 선거인 명부의 기재사항이 틀린 점을 유권자가 지적, 선거 관계를 꾸짖는 민주 성장의 모습도 투표소에서 보였다.
특히 이날 투표 분위기는 과거와 달리 많은 유권자들이 투표에 커다란 관심을 보여 집과 직장, 그리고 다방 등에서 『빠짐없이 투표하자』는 이야기가 서로 오가기도 했다.
이날 투표는 하오 6시까지 실시되며 전국 2백6개 소에 마련된 개표소로 투표함이 옮겨져 하오 7시 지나서부터 개표가 시작된다.
선거 공휴일인 이날 서울을 비롯, 전국 곳곳에서는 일찍 투표를 마친 시민들이 가족과 함께 들놀이를 즐겼으며 성급한 유권자는 투표소 문이 열리기도 전인 새벽 6시에 등산복 차림으로 투표소를 찾아 『빨리 하자』고 서둘러대기도 했다.
투표소 주변에는 공명 선거를 다짐하는 선거관리위원회의 「포스터」와 투표용지 기입 안내서 등이 불어있었다.
서울 성북구 안암동5가 제2 투표소에서 가족 3명과 함께 첫 번째로 투표한 윤창선씨(53·성북구 안암동5가 15의산·제과업)는 『민주시민으로 주권을 행사하고 일을 하기 위해 일찍 나왔다』고 말했다.
또 1시간 30분이나 줄을 서서 기다리던 최동철씨(50)는 『앞으로는 생업에 지장 없게끔 투표를 일찍 시작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안암동5가 개운사 주지로 있다가 지난 1월 낙산사 주지로 갔다는 최원철 스님(40)은 『이사한 곳으로 거주 등록을 못해 9백60원의 「버스」비를 들여 투표하러왔다』고 말했다. 이번에 처음으로 투표권을 얻은 외대 불문과4년 백숙난양(22)은 서대문구충정1, 2가 투표소에서 부모와 함께 투표를 하며 『이제는 어른이 된 기분』이라면서 주권 행사의 기쁨을 털어놓았다.
또 고양군 신도면내 각 국민학교와 농협 창고 등에 마련된 14개의 투표소엔 젊은이들이 갓을 쓴 마을 노인들을 모시고 논두렁을 따라 투표소로 안내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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