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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수첩에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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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대학의 현실 참여문제가 끈질기게 논의되는 요즘, 미국의 대학가에서는 과격파 교수들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어 주목된다. 「상아탑」안에서 진리 탐구와 교육에만 전념하는 전통적 교수와는 달리 이들은 우선 대학의 교육제도를 철저히 뜯어고쳐 새로운 체제를 갖추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이들은 교수들이 직접 사회와 정치질서 혁신에 앞장서는 십자군이 될 것을 강조한다.
과격파 교수들은 몸차림에서도 전통적인 교수들과는 다르다. 정장을 하지 않고 「스포츠·재킷」에 등산화를 신기도 하며 교수 식당 대신 학생 식당에서 점심을 더 잘 먹는다. 「캠퍼스」의 이곳저곳에서 수십 명의 학생들에게 둘러싸여 열띤 토론이나 문답을 하고 있는 과격파 교수들을 요즘 미국 대학에서는 흔히 볼 수 있다.
널리 알려져 있는 과격파 대학생들보다도 더 과격 적이고 이론이 더 잘 갖추어진 과격파 교수들은 실제로 학원 안에서 그들의 신념을 하나씩 실전에 옮기고 있다.
이런 경향은 미국 안의 모든 대학에서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고 「버펄로」에 있는 「뉴요크」주립 대학에는 68년에 「A대학」이라는 실험 교육대학이 신설되었는데 강의 「코스」는 「지역사회의 변화와 투쟁」. 7백 명의 학생이 등록하고 있는 이 강좌에서는 학생들이 교수의 지도를 받지 않고 스스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회문제를 독자적으로 조사 연구한다. 대학 당국은 교수들의 집요한 요구와 과격파 학생들의 「데모」를 완화하기 위해 이런 실험 교육제도를 정규과목으로 마련하고 있다.
이것은 빈틈없는 「스케줄」과 엄청난 숙제·시험 등으로 꽉 짜인 전통적인 미국 대학의 강의와는 정반대의 혁신적인 교육제도다.
지난 4윌 초순 「필라델피아」근처의 한 연방수사국(FBI) 사무실이 주민들에 의해 파괴되어 기밀 서류들이 세상에 드러났다. 그 가운데는 과격파 교수들의 동태를 갖가지 방법으로 수사한 FBI의 수사 내용이 밝혀져 물의를 빚기도 했다.
이것은 정부와 수사기관이 과격파 교수들의 동태에 대해 얼마나 깊은 관심을 갖고 있나를 단적으로 말해준다.
한편 이러한 과격파에 대해 보수파나 중도파의 동료 교수들은 교수의 정치적 행동이 개인으로는 무방하지만 대학 전체를 대표할 수는 없고 대학은 언제나 정치적으로 자유와 중립을 지켜야한다고 반박하고 있다.<켄트(미 오하이오주) 이성형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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