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 교포에 모국을 심는다-동경 「고려 서림」주인 박광수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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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일본에서 한국 도서만을 취급하는 「고려 서림」의 대표인 재일 교포 박광수씨(38)가 지난주 서울을 다녀갔다.
일본「도오꾜」에서 10년 간 한국 서점을 열고 주로 일본의 대학 도서관·학자들 또 재일 교포들에게 한국 도서를 보급해 왔다는 그는 특히 재일 교포 2세들에게 한국의 문화를 알리는 일이 가장 시급한 문제라고 강조한다.
처음 한국 서점을 열 때는 재일 교포들이 큰 대상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었으나 교포들은 의외로 한국 도서를 읽지 않아 국어사전·일한 사전 또는 풍속관계 도서와 월간 잡지를 구독하는 정도라는 것이다.
일본의 한국 서점은 현재「한국서적 센터」와 「고려 서림」둘 뿐인데 한국 도서 수입의 약80%를 취급한다는 「고려 서림」의 1년 수입액은 약5만 「달러」. 이 중에서 고서 등 사학 관계서적이 압도적으로 많아 60∼70%를 차지한다. 영인본의 "승정원 일기" "조선왕조실록" 등과 "한국 독립운동사" "고종시대 사" 등이 인기가 있다는 것이다.
일본도서가 한국에 수입되는 것과 한국 도서가 일본에 수출되는 것을 비교해보면 엄청난 무역역조를 보이는데, 이는 일본에서는 도서 무역에 관한 한 무제한의 외환거래와 수출입도 검열 없이 무제한으로 허용하는 반면, 한국에서는 외국을 대상으로 출판을 하지 않고 또 수출입 절차가 까다롭기 때문이라고 그는 지적한다.
법정 대를 졸업하고 「민단」 중앙본부에서 일하다 60년 한국 서점을 낸 그는 이제 겨우 문화사업의 뜻을 느꼈고 또 자리가 잡혀간다며 교포들이 마음대로 볼 수 있는 한국 서적만의 도서관이 생겼으면 하는 것이 소원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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