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문의 명예' 위한 여성 살해 증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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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대가 여성인권 보호 강화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른 시일 내에 상황이 개선될 것 같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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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에 파키스탄에서 비도덕적 행위 즉 간통을 했거나 강간을 당했거나 심지어는 요리를 못한다는 이유로 가족들에 의해 처형된 여성들이 461명에 달하며 이렇게 가문의 명예를 위해 여성을 처형하는 사건이 증가하고 있다고 파키스탄 주요 인권단체가 발표했다.

이 수치는 작년 수치 372명에 비해 25%나 증가한 것이며, 최소한 작년 12개월 동안 살해된 여성의 수만큼 많은 여성들이 강간당했다고 민간단체인 파키스탄인권위원회(HRCP)가 말했다.

위원회는 여성 인권 보호 강화를 촉구하는 동시에 이런 관행을 없애기 위한 정부 차원의 노력을 강화하라고 요구했다.

이런 처형은 대부분 집안의 남자들이 가문의 명예를 지킨다는 명목하에 일종의 부도덕한 행실을 범한 여자를 살해하는 것이다. 이 부도덕한 행위에는 여성이 혼외 정사를 하거나, 남자들과 말하거나 데이트를 하거나 또는 강간을 당하거나, 심지어는 요리를 못하는 것까지 포함돼 있다고 위원회는 밝혔다.

남성들은 집안의 부도덕한 여성을 살해하는 것이 가문의 명예를 지키는 길이라 믿으며 이런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

인권위원회의 캄라 하야트는 이렇게 높은 수치가 나온 원인은 일부 지역에서 이런 관행이 증가하는 것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이 범죄를 신고하려는 의지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AP통신에 말했다.

집단 강간

비비의 집단 강간 사건 이후 국제적인 분노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사진은 비비와 그녀의 아버지
인권위원회의 자료는 대부분 펀자브주(州)와 신드주(州) 두 지역에서 얻어진 것들로, 신드주에서는 3백건 이상의 처형이 저질러졌다고 위원회가 밝혔다.

펀자브주에는 총 161명의 성인 여성 및 여자아이들이 친족에 의해 살해당한 반면, 살해자는 겨우 27명이 체포됐다.

일부 지역의 자료는 확보하기가 어려운 관계로 시골 지역의 부족 마을을 비롯한 파키스탄 나머지 지역은 조사하지 못했다고 위원회측이 밝혔다.

올해 6월 펀자드주의 한 여성 집단 강간 사건에 대한 부족회의의 판결로 인해 파키스탄 국내는 물론 국제적으로 분노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남동생이 다른 부족의 한 여자와 불륜 관계를 가진 것에 대한 벌로 무크티어 비비라는 젊은 여성이 강간을 당했다. 6명의 남자가 그녀를 성폭행한 죄가 인정돼 사형선고를 받았다.

새로운 법안

하지만, 가문의 명예를 위해 여성을 살해하는 대부분의 경우는 벌을 받지 않는다.

"불행하게도 파키스탄 경찰들은 이런 살해자들을 체포하지도 않고 그들을 살인자로 여기지도 않고 있다"고 하야트가 AP통신에 말했다.

파키스탄 당국은 반여성 범죄를 줄이기 위한 대책을 취할 것이며 이런 사건이 신고되면 실질적 행동에 들어간다고 말한다.

"최근 정부는 여성 인권 보호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일부 법안을 수정했다. 따라서 정부가 이런 사안에 대해 침묵하고만 있다고 비난하는 건 옳지 않다"고 AP통신은 브리그 자베드 이크발 치마 파키스탄 내무부장관의 말을 인용 보도했다.

인권위원회가 제시한 자료들을 살펴보자.

펀자드주에서 살해된 여성 중 67명은 자신의 오빠나 남동생에 의해, 49명은 자신의 남편에 의해 나머지는 다른 가족들에 의해 살해됐는데, 그중 7건은 아들이 어머니를 살해한 경우다.

11월 남부도시 파이살라바드에서 한 여성이 다른 남자와 '부도덕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혐의를 받아 가까운 친족들에 의해 도끼로 난도질 당한 채 살해됐다. 불륜 관계를 맺었던 그 남성 역시 살해됐다.

같은 달, 한 미망인이 다른 남자와 함께 동거중이라는 혐의를 받아 남동생에 의해 살해됐다.

이 두 사건 모두 가해자들이 경찰에 자수했고 현재 재판 대기 중이다.

ISLAMABAD, Pakistan (CNN) / 김수진 (JO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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