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9)-<자극 요인>(중)수급 사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땅값 상승을 자극한 제1차적 요인이 각종 개발투자에 의한 토지 이용도 제고에 연유하는 것이라면 그러한 개발 투자를 불가피케 한 토지 수요 「패턴」은 보다 근원적인 땅값 자극 요인이라고 할 수가 있다.
이를테면 땅값 상승 요인은 수급의 측면에서 찾을 수도 있는 것이다. 일반 물가의 경우처럼, 땅 역시 수급이 불균형하면 값이 변동되게 마련이다. 특히 땅은 여타 상품과는 달리 수요가 늘어난다고 생산해서 넓힐 수도 없는 특성의 공급이 한정된 상품이다.
그런 점에서 국토 면적 9만8천4백77평방km에 인구 3천1백46만9백94명 (70년 현재)으로 평방km당 약3백20명이라는 세계적 수준의 인구 밀도를 기록하는 우리 나라는 원천적으로 땅의 수급 사정이 「타이트」 하다.
특히 전통적 농업국이기 때문에 땅에 대한 집착이 유례없이 강한 반면 산지가 많아 개발 가능면적이 협소한 점은 수급 사정을 더욱 경직화하고 있는 셈이다.
높은 인구 밀도가 땅값 상승의 충분한 조건이 되는 것은 인구가 조밀한 「홍콩」(평방km당 3천7백8명) 과 일본의 땅값이 광활한 국토를 갖는 미국의 땅값보다 평균 20배와 10배가 더 비싸다는 사실에서도 입증된다. 이에 대해 부동산 학회의 김영진 교수는 "국토의 광협과 이로 인한 인구 밀도의 고저가 소득 수준보다는 더 직접적인 지가 자극 요인" 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런데 60년대의 「이슈」가 된 특정 지역의 땅값 급등에서 수급 불균형은 더욱 첨예하게 나타난다. 우리 나라의 인구 증가율은 60년대 전반에 연평균 2.7%, 후반은 1.9%로서 한 년대에 6백50만 명의 자연 증가를 기록했으며 이는 당연히 땅에 대한 새로운 수요 압력이 된다.
가구 당 인구 5.4명 (70년 현재) 을 기준 했을 때 연평균 60만 명에 달하는 60년대의 인구 증가로 연간 약11만 호의 주택, 따라서 호당 평균 30평 (건설부 추계)으로 잡아도 약3백30만 평의 새 택지가 필요하다. 그러나 1차 5개년 계획기간 (62∼66년) 중에 정부가 시행한 토지구획 정리사업 실적은 45개 도시에서 도합 1천만 평-.
이중 7할을 택지로 보면 60년대 전반의 연간 택지 공급량은 1백40만 평에 불과하며 따라서 농촌 인구가 오히려 감소한 반면 자연 증가와 유입 인구에 의해 60년대에 늘어난 인구의 대부분이 도시 인구의 급격한 증가로 나타났음을 아울러 고려하면 60년대 전반의 도시지역 택지 공급은 수요에 월등히 미치지 못함으로써 땅값을 자극했다고 볼 수가 있다. 이는 건설부가 조사한 60년대 전반 (60∼66년) 의 땅값 추세에서 주택지대 땅값 상승 율이 연평균 30.5%로서 상업지대 (28.3%)나 공업지대 (22.3%)를 앞지른 데서도 잘 나타나 있다.
한편 67∼70년에는 2천1백60만 평의 구획 정리를 실시, 1천4백여만 평의 택지가 공급된 데 비해 새 택지 수요는 8백50만 평 정도로 수급 사정은 역전됐다. 그러나 누적돼온 공급부족 부분을 고려하면 그 동안에 공급과잉 상태가 됐다고 보기는 어려우며 이에 겹쳐서 60년대 반종에는 엄청난 가수요까지 나타남으로써 수급 사정이 호전되지 못했다.
특히 인구 증가에 따른 토지(택지) 수급 추세를 서울시의 경우에서 살펴보면 62∼70년에 당국이 8백만 평 가까운 택지를 조성한 반면 인구는 2백98만 명에서 5백50만 명으로 2백50만 명, 즉 48만 가구가 늘어났으며 이에 따른 새 택지 수요는 약1천4백만 평.
따라서 서울시에서도 지난 9년 간 택지의 공급부족 현상은 누적돼왔다 하겠다.
이렇게 보면 서울시의 땅값 상승은 다분히 택지의 공급 부족에 기인된 것임을 알 수 있고 이것이 도시외연을 확장, 변두리 개발을 촉진함으로써 이른바 성장 지역의 급격한 땅값 상승을 가져온 것이다.
수급 원칙에 따른 지가변동 현상은 택지에 국한된 것은 아니며 62년 이후 울산 공업단지 등 전국 18개 지역에서 24개, 총 2천l백70여만 평에 달한 공업단지, 인구 증가와 소득 증가에 따른「레저·붐」이 가져온 새로운 「레저」 지역 수요 또한 전국적 땅값 상승을 유발했다. 특히 60년대 종반에는 가수요가 땅값 상승을 결정적으로 부채질하여 이른바 토지 투기 「붐」을 불러 일으켰다.
가수요는 땅을 사들이는 목적이 이를 현실적으로 이용하는데 있지 않고 재산보전 투자와 투기의 목적을 지니는 것이다.
최근에 고속 도로변을 따라 「붐」을 일으키고 있는 주말농장도 따지고 보면 가입자의 입장에서 볼 때 재산을 보전하고 동시에 그 일대가 개발되어 땅값이 상승할 것에 기대를 건 투자 목적을 아울러 지닌 토지수요 현상인 것이다.
또 하루가 다르게 땅값이 뛰는 개발 예정 지역에서의 토지 수요는 실수요가 아닌 투기를 목적으로 한 가수요인 경우가 많다.
이러한 가수요는 땅값을 폭등케 하는 원인이 되며 서울의 영동지구 체비지 땅값이 1∼3차 공매 당시의 평당 2만8천 원에서 4차 공매 때에는 2만5천 원으로 떨어진 현상도 가수요에 의해 땅값이 지나치게 상승했다가 반락한 현상으로 풀이될 수가 있다.

<김두겸·김한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