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사회 공헌 활동도 전략이 필요하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02면

최혁준 라임글로브 대표

최근 2, 3년 동안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보다 강조되면서 사회공헌활동을 통해 기업 경영활동의 성과를 사회와 나누는 ‘착한 기업’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서점가에서는 착한 기업이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논지의 책뿐 아니라 이미지 메이킹을 위해 착한 척만 한다는 불신을 담은 책도 소개되고 있다.

이런 논의는 기업 사회공헌 문화가 어느 정도 뿌리내렸음을 방증하기도 한다. 실제로 최근 실시된 라임글로브의 국민 인식조사에서 응답자의 95%가 기업 사회공헌 활동이 무엇인지 (잘)인지하고 있었고, 71.2%는 사회공헌 활동을 열심히 하는 착한 기업의 제품을 구매한 경험도 갖고 있었다. 이와 더불어 우리 기업들의 연간 사회공헌 지출 규모가 2011년에 이미 3조원을 넘어서며 양적 성장을 이루고 있을 뿐 아니라 사회공헌 가치체계 정립 및 프로그램 정교화 등 질적 성장을 위한 노력도 포착되고 있다.

 이러한 사회환경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국민적 신뢰가 회복되지 않고 있는 상황은 딜레마적이다. 기업 사회공헌은 진화·발전하고 있는데 기업에 대한 신뢰는 그다지 좋아지고 있지 않은 것이다.

기업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은 윤리경영 및 상생경영에 있어서의 문제에서 비롯된 측면이 강하므로 이의 개선을 위한 노력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사회공헌 측면에서도 불신 해소 방안을 고민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사회공헌 활동에 대한 동기 부여 및 기업 내부 추진 동력이 약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 사회공헌의 발전과 국민들의 기업 인식이 정의 관계가 될 수 있도록 견인하는 ‘착한 기업의 보다 스마트한 사회공헌 전략’이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국민들의 인정을 받기 위한 사회공헌 전략으로 가장 먼저 지속적인 사업 추진을 통한 가시적 성과 창출을 들 수 있다. 사회공헌에 힘을 쏟고 있지만 대중의 인식과 만족 수준이 낮은 이유 중 하나는 기업 사회공헌의 가시적 성과가 대중의 눈에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사회공헌의 성과는 철학과 비전을 갖고 체계적 성과관리를 통해 특정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때 창출된다.

 그러나 아직 우리 기업들 중 업 연계성 있는 대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지속적으로 추진함으로써 사회적 지지를 얻은 기업은 많지 않다. 다음으로 대중참여형 사회공헌을 통해 대중과의 접점을 확대해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대중참여형 사회공헌은 두 가지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첫 번째는 기업이 추구하는 사회공헌의 가치를 대중과 공유할 수 있고 사업에 대한 대중의 지지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중이 참여해 활동을 전개할 때 해당 사업에 대한 사회적 효능감과 관계성이 높아지며, 이는 대중에 의한 사업 홍보와 확산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두 번째는 대중의 윤리적 소비 행동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기업의 사회공헌과 경제적 이익을 연결하는 기제로 기업 사회공헌의 발전을 견인할 수 있다. 라임글로브 조사에서 대부분의 국민은 사회공헌을 열심히 하는 착한 기업의 제품을 구입한 경험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윤리적 소비가 얼마나 자주, 또 지속적으로 일어나는지는 의문이다. 대중참여형 사회공헌은 참여 대중으로 하여금 윤리적 소비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고 행동으로 이어지게 하는 자극제가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사회공헌 커뮤니케이션 채널 및 내용의 다양화가 필요하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뉴스 보도나 기업광고, 언론사의 기획기사 등을 통해 대중 인지도 확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라임글로브 조사에서 기업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접하게 된 경로도 82.7%가 신문/방송 등 오프라인 미디어에서였다. 이런 커뮤니케이션은 정보 전달 면에서 의미는 있지만 한 방향 커뮤니케이션으로 대중과의 소통이 불가능하며, 자칫 홍보 측면이 부각돼 기업이 이미지 메이킹을 위해 사회공헌을 한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

따라서 오프라인 미디어 커뮤니케이션뿐 아니라 대중과 소통하며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전략도 고민해야 한다. SNS, 블로그, 사회공헌 이벤트 데이 등 쌍방향 커뮤니케이션 채널과 대중의 감성을 터치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 형식의 커뮤니케이션 콘텐츠가 필요할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기업의 사회공헌은 하나의 기업문화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그러나 여러 문제들로 인해 기업의 사회적 기여 노력에 대한 사회의 평가는 냉소적이다. 착한 기업이 늘어갈수록 기업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도 개선될 수 있도록 착한 기업의 스마트한 사회공헌 전략이 필요한 것이다.

최혁준 라임글로브 대표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