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대통령 친인척 3중 감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청와대는 2일 노무현(盧武鉉)대통령의 친형 건평(健平)씨의 인사청탁 관련 발언을 단순한 해프닝으로 결론지었다.

경남 김해로 직접 내려가 건평씨를 조사한 문재인(文在寅) 민정수석은 지난 1일 盧대통령에게 "구체적인 인사청탁이 진행된 것이 아니라 주변에서 '억울한 일을 해결해 달라'고 각종 민원을 하는 과정에 묻어온 것"이라고 보고했다.

이에 盧대통령은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이런 일은 처음부터 분명히 원칙을 정해놔야 한다"면서 "친인척들이 사고를 내기 시작하면 다른 일을 아무리 잘해도 소용이 없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文수석과 함께 내려갔던 이호철(李鎬喆) 민정비서관은 2일에도 부산지역에 살고 있는 盧대통령의 친인척들을 일일이 만나 "盧대통령이 성공하려면 친인척들이 도와줘야 한다"는 점을 간곡히 당부했다고 한다.

李비서관은 "대통령 친인척들을 면담한 결과 盧대통령이 '내 주변의 친인척들은 청탁을 받거나 사기를 칠 능력도 없는 사람들이라고 말한 데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대통령 당선 후 주변 사람들로부터 이런 저런 이유로 시달려온, 어떻게 보면 불쌍한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 출범 초기에 (친인척들)문제가 터져나와 충분한 경고 효과가 있었다는 게 오히려 다행"이라며 "앞으로도 대통령 친인척 관리는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대책을 세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번 일을 계기로 대통령 친인척들에 대한 상시 감시체제를 가동할 방침이다.

文수석은 "우선 청와대 자체 감찰팀이 활동을 강화하고, 이것만으로는 부족할 것 같아 다른 사정기관들과 네트워크를 만들어 상시 관찰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민정수석실의 다른 관계자는 "1차적으로는 친인척들이 거주하는 관할 경찰을 통해 감시망을 편성하고, 2차적으로는 부패방지위 같은 기관과 협조체계를 만들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청와대 사정비서관 산하에 있던 사직동팀을 복원해 친인척들을 상시 관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청와대는 상시 감시 대상을 대통령 친인척에 국한하지 않고, 대통령 측근 인사들의 친인척들까지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참여정부의 국정목표 중 하나인 부패척결은 대통령의 첫번째 관심사항"이라며 "역대 정권의 경우를 볼 때 어디서 어떻게 권력형 비리가 터져나올지 모른다는 점을 감안해 대통령 측근들의 친인척에 대해서도 밀착 관리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수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