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전 종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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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공화·신민 양당대결로 부각된 대통령선거전은 종반에 들어섰다. 지금까지 선거전이 대체로 평온·무사하게 진행되어 왔다는 것은 다행한 일이다. 그러나 선거전이 막바지에 이르러감에 따라 양당의 치열한 대결은 점차로 정치적 과열 상태를 조성하고 있는 듯하여 질서정연한 공명선거를 바라는 우리는 양당을 향해 다음과 같은 요망을 하고 싶다.
첫째로, 양당은 공히 전근대적인 선거운동에서 탈피해야 하겠다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선거전에서 여야는 각각 되도록 많은 청중을 모아 가지고 유세를 벌이는데 주력해왔다. 정당의 선전·선동에 있어서 대중접촉이 중요하며 또 대중접촉에 있어서 유세가 하나의 좋은 수단을 이루는 것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매스·미디어」가 발전한 오늘의 우리사회에서 이를 충분히 활용할 생각은 하지 아니하고 대중강연에 주력한다는데 우리 나라 선거운동의 전근대적 성격을 엿볼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유세를 통한 대중과의 직접접촉에 주력하기 때문에, 청중 긁어모으기 운동이 벌어지고, 청중을 많이 모아 놓는 것 자체가 하나의 정치적인 시위운동처럼 돼버렸다.
대중집회란 정치적인 시위운동의 성격을 띠고있기 때문에, 양당 공히 자당집회에 조금이라도 많은 청중을 긁어모으기에 혈안이 되고 반대당의 청중동원을 방해하기에 급급하고 있는 것이다.
어떤 정당의 강연을 들으러 간다는 것이 반드시 그 정당에 대한 지지를 의미하지 않고, 또 집회에서의 대중강연이 반드시 최선의 효과적 설득 방법이 아니라고 하면, 청중 많이 모아놓기의 유치한 경쟁은 반드시 지양되어야한다. 신문·TV·「라디오」등 현대적「미디어」를 이용할 수 있는 기회가 다만 몇 차례씩 이나마 법적으로 보강되어 있는 것이라면, 앞으로 선거전의 선전·선동은 이를 충분히 활용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하고, 또 장차는 법을 개정해서라도 이「매스·미디어」를 통한 선거운동을 더욱 활발히 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둘째로, 양당은 공명정대하게 정책 대결하는데 주력하고, 절대로 야비한 중상· 모략을 삼가 토록 해야한다. 양당의 정책상 쟁점은 이미 거의 다 밝혀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므로 이제 양당은 자당의 정치공약이 왜 합리적인 것이며, 반대당의 그것이 왜 비합리적 비현실적인 것이냐를 중점적으로 밝힘으로써 유권자의 선택과 지지를 얻는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정치운동은 어느 정도의 권모술수를 불가피하게 필요로 한다는 것을 인정한다. 이 까닭으로 정권투쟁에 있어서 모략의 개재는 불가결한 요소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모략이 지나쳐 허위의 중장이 되어서는 안되며 법질서를 파괴하는 것이 되어서도 안될 것이다. 정치적 모략은 경쟁자의 허점을 찌르기 위해 꾸며지고 실천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진실에 부합되고 공명정대한 주장의 뒷받침을 받아야 한다. 우리 나라에서는 투표일이 가까와질수록 정당간에 악질적인 중상· 모략이 성행하고, 대중을 현혹시켜, 나중에는 무엇이 무엇인지 모를 간단의 혼란상태가 조성되곤 했었는데도, 적어도 이번 선거부터는 이런 나쁜 경향은 반드시 시정되어야 하겠다.
셋째로, 양당은 정권투쟁의 흥분에서 오는 정치적 과열이 국가이익을 희생하거나 혹은 공공의 안정질서를 해치지 않도록 십분 자제심을 발휘하면서 선거전에 유종의 미를 거두어 주기를 당부한다.
끝으로, 그러나 특별히 우리가 강조해야 할 것은 선거종반전의 질서와 명랑한 분위기를 유지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선거관리의 책임을 가진 정부당국자의 공정한 자세문제라 할 것이다. 야당 측이나 일반국민에게 조금이라도 의심을 살만한 행정지시나 처분 등이 행해진다면 바로 그 때문에 선거질서를 근본적으로 흐트러지게 할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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