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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내세워 생과 행복에 대한 애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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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카뮈」의 미발표 유작 소설 『행복한 죽음』(La Mort Heureuse)이 15「갈리마르」사에 의해 출간됐다. 「카뮈」가 죽은 지 10년, 많은 학자와 대학생, 문학 애호가들의 열망에 따라 「카뮈」의 유족은 유고 『행복한 죽음』을 출판하기로 결정했다. 이 소설은「갈리마르」사가 발행하는「알베르·카뮈·카이에(수첩)」의 일부로 발표된 것인데「카뮈」연구의 대가이며「스트라스부르」교수인 「장·사로시」씨가 서문과 해설을 맡았다.
「카뮈」의 첫 소설 『행복한 죽음』은 1936년에서 1938년 사이, 즉 『표리』와『혼인』 과 거의 같은 시기에 쓰여졌다. 『행복한 죽음 의 주인공은 「메르소」(Mersault)인데 『이방인』의 「뫼르소」(Meursault) 와 비슷하다. 「카뮈」가 『이방인』을 집필하기 위해 『행복한 죽음』을 출판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그렇다고 이 소설이 『이방인』의 시작이라고 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행복한 죽음』이란 소설은 행복을 추구하기 위한 탐색이었고, 주인공 「메르소」는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 큰 범죄를 저지른다. 「메르소」의 살인은「뫼르소」의 살인처럼 우연에 의한 돌발적 살인이 아니라 「라스콜니코프」처럼 돈·행복을 위한 계획된 살인이었다.
2부로 구성된 이 소실은 다분히「카뮈」의 자숙전적 요소로 가득 차 있다. 「카뮈」는 이 소설에서 자신의 어린 시절, 청년 시절, 「알제리」의 가난한 「벨쿠르」지방에서의 슬프고 비참했던 가정생활, 질병 때문에의 시련, 여성의 발견, 「유럽」 여행의 실망, 요양소에서의 나날들 등의 추억을 다루었다.
이 소설이 물론 전혀 처음으로 알려진 것은 아니다. 「로제·키이요」가 『이방인』소개에서 『행복한 죽음』을 약간 언급했고「플레이야드」판「카뮈」전집에서도 일부가 소개되었으나 내용전부가 세상에 알려지고 출판된 것은 처음이라 큰 뜻이 있다 할 것이다.
그의 소설에서 「죽음」이란 단어는 어디서나 빠지지 않는다. 제1부는「자연사」, 제2부는 「의식적인 죽음」으로 제목이 붙어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단어는「행복」과 생에 대한 애착이다. 「카뮈」는 자신이 살고있는 도시가 부 정의가 횡행하지만 그대로 도시의 생기를 불어넣고 기쁨을 갖다준다고 생각했다. 장난치고 놀던 친구, 축제 기분에 들뜬 친구들의 우정을 긍정하고 사랑과 부도 인정하나 그것들은 정화된 햇빛과 돌과 파도의 친밀감보다는 못한 것이라고 역설하고 있다.
「아카데미·프랑세즈」의 「앙리·시몽」은 「카뮈」의 첫 소설 『행복한 죽음』은 「니체」의 초인주의를 도입한「시지프스의 신화」, 진정한 인도주의를 그린「페스트」, 변증법적「반항인」, 황혼의 「아이러니」를 그린 「전락」과는 달리 감각적 쾌락주의, 극기적 자연주의, 신비로운 허무주의에다 불교 및「다오이즘」영향으로 착색된 사상적 종합이라고 평했다.
『행복한 죽음』의 주인공 「메르소」는 후에 발표된 『이방인』의 「뫼르소」와 흡사한 점이 많다. 두 주인공은 모두 소작인 집안 출신이나 지성인이라 행복과 절망을 초월할 수 있는 세계를 의식하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어머니 장례식을 치른다든지 사람을 죽인다든지 하는 장면도 같다. 그런데 『행복한 죽음』의 제2부의 마지막은 단 10줄로 압축된다. 주인공은 마지막에 그의 인생을 행복하게 만들 줄 안 기쁨 속에 승리의 외침을 남기고 죽는다.
『이방인』의 「뫼르소」가 『행복한 죽음』의 「메르소」보다, 좀더 반항적이고 좀더 부조리에 대한 인식이 강하다. 그러나 『이방인』이 간명한 일인칭 문장인데 비해 『행복한 죽음』은 삼인칭으로 구성되어 있어 저자로 하여금 격조 높은 「리리즘」과 아름다운 문장을 낳게 한다.
「사르트르」와 함께 실존과 부조리의 쌍벽을 이루다 47세의 젊은 나이에 신비로운 죽음을 한 「카뮈」가 간지 10년만에 불 문단에 다시 「클로즈업」되게 되었다. 【파리=장덕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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