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사회에 파문 던진 유산 합법화 운동|파리=장덕상 특파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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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시몬·드·보봐르」 「프랑스와즈·사강」 「잔·모로」 「카트린·드뇌브」 등 「프랑스」 최고의 여류 문인, 배우를 포함한 3백34명의 여성들이 『나는 불법 유산을 했다』고 폭로하고 비합리적「프랑스」법률을 고쳐 유산의 합리화·합법화를 부르짖어「프랑스」사회에 큰 충격을 일으켰다.
「프랑스」지식층에 영항력이 큰 주간지 「누벨·옵쇠르봐퇴르」에 이들이 서명 날인하고 「프랑스」 법률의 심판을 기다리고 있다.
현행 「프랑스」법률에 따르면 유산은 엄격히 금지되어 있어「모체의 생명이 위독한 경우」에 한해 합법 유산이 가능할 뿐이다. 유산을 했거나, 유산을 계획하거나, 유산을 권장하다 발각되는 자는 6개월에서 3년까지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합법적으로 유산이 허락되는 행운(?) 의 여인은 1년에 4백 명을 넘지 못한다. 그런데 실제론 비밀리에 유산하는 여성의 수는 1년에 1백만 명에 달한다고 추산된다.
합법 유산이 허가된 「헝가리」의 경우 2만 명에 1여성이 희생되는데 비해 「프랑스」에선 1년에 1만여 명이 비밀리에 유산을 하다가 죽어가고 있다.
이러한 비인간적 비합리적 법률을 개정하고 유산을 합법화하자는 운동은 여성들 사이에 몇 년 전부터 활발히 전개되고 있었다.
마침 국회의 춘계 회기를 맞아 이 달 중순「유산법 개정안」이 여당의 한 의사출신 의원에 의해 제출될 단계에 있어 이 문제는 「프랑스」 전국에 크게 「클로즈업」 되었다.
유산이 법으로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확실한 숫자를 얻기는 어려우나 여러 기관이 조사한 통계를 보면 다음과 같다.
비밀 유산하는 수를 적게 잡으면 40만, 많이 잡으면 1백만으로 추산한다.
기혼 여성의 66%가 유산의 경험을 갖고 있으며 유산하는 연령은 20∼35세가 가장 많다. 유산하는 여인의 74%가 비밀리에 유산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에게서 태아를 떼고, 간호원 11%, 조산부 2.3%, 의사에게서 하는 경우는 2.3%에 불과하고 자신이 하는 사람도 6.2%나 된다.
「프랑스」여성이 유산하는 이유를 보면 38%가 경제적 곤란·방이 좁다는 등이고 36%가 가정 불화·남편의 냉대 때문이며 14%가 이혼이나 기타 사정 때문이다.
「프랑스」정부는 그렇지 않아도 불어나지 않는 인구 때문에 다산정책을 쓰고있는 판에 쉽사리 합법 유산에 응하지 않을 것이고 「카톨릭」이 우세한 나라이기 때문에 종교적 이유로도 합법 유산이 실시되기 어려운 형편이다.
「프랑스」는 유산은커녕 피임기구 사용도 오랫동안 억제해오다가 합법적으로 사용이 허가된 것이 68년부터이다. 그런데 이웃나라들과 비교해보면 사정이 퍽 다르다.
그래서 돈 많은「프랑스」 여인들은 대개 가까운 영국「스위스」등으로 가서 편안히 유산을 하고 오지만 가난한 사람들이 큰 문제다. 현재 「노벨」상 수상자「르뵈프」교수를 필두로 많은 의학자·과학자·법률가·신부·목사 등도 포함된 「유산연구 전국위원회」는 유산법의 합리화를 위해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있다. 합법화를 주장하는 층은 법이 막아도 유산하는 수가 늘어나고 부작용만 커지니 오히려 유산을 합법화하자는 주장이고 반대하는 층은 태아 유산도 살인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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