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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공의 미소 경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최근의 미·중공관계는 급 각도로 전환되고 있는 것 같다. 지난 3월15일 미국이 중공여행 제한을 전면적으로 철폐하자 중공은 그것에 호응하는 듯이 4월7일 미 탁구 선수단을 초청했고 미국 기자 3명의 중공 입국을 허용했다.
이와 관련해서 더욱더 세계를 놀라게 한 것은 중공에 들어간 미 탁구 선수단 및 기자단에 대한 중공의 환대이며, 14일 중공 수상 주은래는 그들을 위한「리셉션」에서 직접 그들과 환담을 나누기까지 했다고 한다.
그러자 때를 같이해서「닉슨」미국 대통령은 중공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①중공과의 직접 통상 ②중공의 개인 또는 단체의 미국 방문을 쉽게 하기 위한 입국사증 발급의 신속·간소화 ③중공의 불화 사용을 가능케 하기 위한 미화 통제의 완화 ④미 석유 회사들이 중공을 출입하는 선박 및 항공기에 연료를 제공할 수 없게 한 종전 조치의 일부해제 ⑤미국적 선박 및 항공기의 중공외 항구간 중공 화물수송 허용과 미국 소유 외국국적 선박의 중공 왕래 허용 등 5개 항목을 발표한 것이다.
미국과 중공은 이처럼 마치 탁구공을 치듯이 서로 유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약1개월 전만 하더라도「라오스」사태 또는 주은래의「하노이」방문(3월5일∼8일)과 더불어 격렬히 대립했던 미·중공관계와 험악 상을 되돌아보면 최근의 동향은 의외라고 할만큼 달라지고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러면 이와 같은 미·중공의 상호 유연 반응이 무엇을 의미하며 그것은 어디까지 갈 것인가. 이는 현금 세계의 최대 관심사라고도 할 것이다. 미국의 대 중공 정책이 대화와 접촉을 모색하여 중공과의 긴장을 완화하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미국은 실제로 이를 위해 일연의 조치를 이미 취한 것도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중공은 그 동안 미국의 조치에 대해 마이동풍 격으로 이렇다할 반응을 보이지 않다가 갑자기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 이유가 과연 어디에 있는가는 추측하기에 결코 어려운 것이 아니다.
중공이 문화 대혁명시의 「무투 외교」로부터 그 외교 전술을 전환한 것은 69년 가을 각국에 대사를 복귀시킨 때부터였다. 그 이래 중공은 고립으로부터 역공세를 취하기 시작했고 문혁의 난맥이 이미 수습했음을 과시하는 한편, 미소 체제의 타파, 「아시아」·「아프리카」 제국과의 연대 강화를 위해 갖은 획책을 다했다.
이와 같은 중공의 교묘한 외교는 작년엔」총회에서 어느 정도의 성과를 거두었다고 보겠는데, 이를 계기로 중공은 재빨리 제 외국과 외교 관계를 수립했으며「캐나다」·적도「기니아」·이태리·「이디오피아」·「칠레」·「쿠웨이트」·「카메룬」등과 속속 외교관계를 가졌던 것이다. 특히 「쿠웨이트」와「카메룬」의 경우는 대만문제에 언급함이 없이 중공을 유일한 합법 정부라고만 함으로써 외교 관계를 갖게 된 특이한 국가들이다.
그러므로 중공이 지금 정치적으로 목적하는 바는 「유엔」에서 「알바니아」안을 3분의 2이상의 표로써 통과시키는 것이며, 그럼으로써 미국이 추구하는 『두개의 중국』정책을 변형시키는 것이라고 보겠다고 또 중공은 미국에 대해 유연한 자세를 보임으로써 미국 여론에 커다란 영향을 주어 우선「중공 적시의 제방」을 무너뜨리고 중공의「유엔」 가입을 부채질할 뿐만 아니라 제 외국으로 하여금 중공을 승인케 하려는데 있음은 구구한 설명이 필요치 않을 것이다.
우리는 미국의 대 중공 정책이 어디까지 갈 것인가를 날카롭게 주시하지 않을 수 없으나 중공이 미소 세계 지배 체제를 타파하려고 하고 있음은 물론 그가 유일 합법 정부임을 관철시키고 미국과 자유 중국 또는 제 자유국가와의 관계를 파괴하려하고 있음을 더욱 더 주목해야할 것이다. 미국으로서는 중공에 지나치게 유화·영합하는 나머지 중공의 기존 국제질서 파괴책동을 조장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될 것이며, 특히 자유중국과의 전통적인 우호관계를 저버리는 일이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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