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 무시험제에 자모들 불만 많다|주부클럽연합회 주최 공개좌담회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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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중학교 무시험제와 고등학교 입학시험에 따르는 부작용 및 문제점」이 주부들의 모임에서 논의되기 시작했다. 13일 서울 고려「빌딩」에 모인 주부「클럽」연합회 1백여 회원들은 추첨 중학생이 빚는 갖가지 부작용과 금년부터 그들이 벌이는 과열 입시경쟁의 해결에 스스로 나서기로 했다. 이들 주부들은 우선 서울 시내에서 모순된 교육제도로 빗어지는 음성적 낭비를 조사하여 문교당국에 건의, 같은 부담으로「좋은 교육」을 할 수 있는 방안을 촉구하기로 했다. 이날 교육문제 공개좌담회에는 교육학자 오기형 교수(연세대) 와 문교부에서 심춘섭 여사(장학관) 가 참석하여 불만 섞인 주부들의 당면문제 질문에 답변했다.
오 교수는 주부들의 반응을 종합하여 당면한 문제점을 네 가지로 정리했다. 결과적으로 68년 7월15일 「교육혁명」으로까지 떠들던 추첨에 의한 중학 무시험 입학은 근본적인 문제점을 그대로 남겨두고 있다는 것이다. 통학거리 문제만 보아도 그렇다. 대부분의 주부들은 버스를 2번, 심하게는 3번타는 학교에 자녀들을 보내고있으며 평균 1.5번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서울 시내 중학생을 35만 명으로 볼 때 연14억 원∼28억 원의 교통비가 드는 것이며 80만 명의 교통문제가 가중되었고 중학생들에게는 1시간20분∼2시간40분의 시간을 허비하게 했으며 부모와 학생에게 다같이 정신적인 불안을 안겨주고 있다고 오 교수는 풀이했다.
과외수업의 문제 또한 심각한 문제로 금년부터 부각되고 있다. 국민교의 과외공부가 3년 유예되어 중학으로 옮겨온 것이다. 이는 여기에 드는 경비만도 10억 원∼28억 원에 달하며 학생들에게는 과외공부의 내용이 30%∼80%가 학교교육과 달라 과중한 학습부담을 지우고있고 2시간 이상의 시간낭비를 하고있다고 오 교수는 제시했다. 여기에 덧붙여 이 모든 절차가 음성적으로 행해져 학생들에게는 『거짓말하라』고 강요하는 꼴이 되어 가면서 몰지각한 부모들은「공허한 사치심」을 만족시킨다는 것. 이 자리에 모인 자모들은 과외공부 문제에 이르러 문교당국의 정책빈곤을 향해 분노를 터뜨렸다.
고교입시 원칙을 빨리 공개하라. 이런 부작용을 3년 전에 예견하지 못했느냐면서 어떤 주부는 『죽음의 전장으로 들여보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시험장에 들어가는 아들을 보면서 울었다』고 토로하기도. 이들 자모들이 털어놓는 과외공부 실태는 1류 고교 입학을 위해 50만원의 공탁금을 걸고 영·수 등 과목당 1만원의 수강료를 내면서 그것도 5대1의 경쟁을 거쳐 사설학원에 보낸다는 것.
이외에도 추첨 입학한 중학생들의 문제는 많다. 우열반 편성문제, 종교문제, 특수아문제 등. 이 같은 갖가지 부작용과 문제점은 제도의 개선이 우선해야 한다는 데로 의견을 모은 주부들은 이를 위해 적극적 행동을 총선이 끝나는 대로 벌이겠다고 다짐했다. 이 자리에서 오기형 교수는 자기 나름의 해결 방안을 제시했다.
첫째, 통학과 과외에 드는 비용을 합하면 20억 원∼56억 원이 되는데, 이는 서울시내 교사 6천명에게 연20만원∼40만원의 봉급을 인상하고 각종 교육기재를 선진국 수준으로 구비하면서 학생들이 등록금 내지 않고도 1년∼3년 동안 학교를 운영할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로, 교수는 물론 자모들도 잔인할 정도의 경쟁심을 학생들에게 강요하지 말고 가까운 학교에 넣도록 교육관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태도를 갖게되면 경비를 비정상적인데 쓰지 않고 학교에 써서 모두가 일류고교가 될 수 있고 학생들이 건강하고 건전한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것.
셋째로, 입시지옥의 구출은 중학 교사와 어머니에게 달려있다. 돈과 시간을 바로 쓰고 자녀들을 건전한 인격 인으로 만들겠다는 생각을 가져야한다.
각급 학교에서 가장 신뢰도가 높은 성적은 입시성적이 아닌 학교의 평소성적이라는 점에서「출신교의 정확한 학생 평가」가 모든 문제의 원천적 해결방안이 될 것이다. <권순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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