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되는 일본 지방 선거의 결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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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난 11일 일본에서는 동경도를 비롯한 18개 도·부·현 지사 선거와 동 지방 의회의 의원 및 5대시 의원 선거 등 통일 지방 선거가 일제히 실시되었으며 이제 그 개표 결과가 판명되었다.
일본의 이번 통일 지방 선거에 있어 세계적으로 가장 주목을 끈 것은 동경도지사를 비롯한 대판·횡빈 등 대도시 시장에 누가 선출되느냐에 집중되었으며, 우선 개표 결과를 보면, 동경도에서는 사회당의 「미노베·료으끼찌」(미농부량길) 씨가 1백60만표 라는 압도적 다수 표로 자민당의 「하따노·아끼라」(주야장) 씨를 물리치고 재선됐으며, 대판시에서는 사회당·공산당 등 혁신계가 민 무소속의 「구로따·료오이찌」 (흑전료일)씨가 자민당의 좌등의전씨의 4선을 저지하고 당선됐음이 판명되었다.
한편 기타의 현 의회 의원 선거에서도 공산당이 개선전의 35석에서 일약 1백5석으로, 3배나 더 많은 의석을 차지했다는 점이 주목되고 있다.
이번에 실시된 선거는 비록 일본의 한낱 지방 선거에 지나지 않는 것이라 하더라도, 지역적으로 일본 국민이 가지고 있는 중앙 각 당에 대한 인기와 신임의 척도가 된다는 점에서 국회의원 선거 못지 않게 벌써부터 큰 주목처가 돼왔다. 따라서 이번 선거 결과 동경 및 대판 등 대도시에서 이처럼 집권당인 자민당이 거의 참패를 맛본 것은 ①자민당 보수 정치에 대한 일본 국민의 인기 저하 ②사회당과 공산당의 결속된 힘과 조직력의 실증 ③자민당 정부의 과잉 비대에 대해 지식층 국민이 「브레이크」를 걸 필요를 느끼고 있다는 반응으로 해석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동경도지사로 재선된 미농부씨는 『스톱·더·사또』 (『좌등 정권에 종지부를!』)라는 구호를 부르짖고 나와 자민당 보수 정치와의 대결을 강조했으며, 따라서 미농부씨의 압승은 자민당 정책의 큰 전환을 불가피하게 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사실은 오는 6월말에 있을 참의원 선거와 더불어 그 직후에 뒤따를 것으로 예상되는 일본의 전면적 내각개편과 좌등 수상 자신의 후계 문제를 둘러싼 위계 질서에까지도 미묘한 작용을 할 것으로 보이는 것이다.
특히 한국의 입장에서 지대한 관심사는 만약에 이번 지방 선거 결과가 사실상 자민당의 장기 집권에 대한 일본 국민 다수의 반발을 의미하는 것이고, 또 그것이 앞으로도 계속 작용한다면 현 자민당 집권 체제와 그 정책 방향은 어쩌면 근본적으로 재조정될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과거 10여년간 현재의 자민당 집권 체제하에서 좌등 정권과 긴밀한 관계를 가져온 한국으로서는 앞으로 크게 전환할지도 모를 일본 정국을 주의 깊게 투시하면서 가능하면 일본 각파와 다변적인 접촉을 해야만할 때가 바야흐로 당도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또한 한국은 동경도에서 사회당의 미농부씨가 재선되고, 대판시에서 혁신계가 민 흑전씨가 당선됨으로써 그것이 재일 교포의 권익 문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면밀한 대책이 없어서는 안될 것이다. 미농부씨는 이미 그의 지난 임기 중에도 조총련 산하의 이른바 「조선대학교」를 정식 인가하여 물의를 빚었던 사실은 아직도 우리의 기억에 새로운바 있거니와, 이번에는 우리의 재일 교포가 가장 많이 살고 있는 대판 시장에 또다시 혁신계가 민 「구로따」(흑전)씨가 등장함으로써 생겨날 사태에 대해 미리 충분한 대책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한국 공관 당국자와 그곳 민단계 유지들은 대공업 도시인 대판시가 혁신계의 손으로 좌우될 때, 교포들의 기업 활동에는 물론 한일 무역의 전도에 대해서까지도 심각한 타격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정부는 이번 일본의 통일 지방 선거의 결과에 따라 대일 외교의 진폭을 확대함과 아울러 그것이 재일 교포 또는 한일 외교에 미칠 영향을 세심히 검토하고 이에 대한 현명한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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