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잠실은 가을 속 여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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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서울의 야구잔치가 열린다. 잠실구장을 같이 쓰는 LG와 두산이 16일부터 5전3선승제의 플레이오프(PO)를 벌인다.

 LG는 올 정규시즌을 2위로 마쳐 2002년 한국시리즈 준우승 이후 11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을 달성했다. 가을 야구 단골 두산이 준플레이오프에서 넥센을 따돌리면서 잠실 빅매치가 이뤄졌다. 두 팀의 포스트시즌 맞대결은 2000년 플레이오프 이후 13년 만이다.

 결전을 하루 앞둔 15일 잠실구장 미디어데이에서 두 구단의 각오는 사뭇 달랐다. LG는 ‘즐기자’를 외쳤다. 김기태 LG 감독은 “팬들이 갈망하던 가을 야구에 왔다. 축제의 장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두산은 ‘승리하자’였다. 투수 유희관은 “LG를 상대하면 더 힘이 생긴다. 라이벌이기 때문에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다”고 필승의 의지를 드러냈다. 두산은 포스트시즌 단골손님이지만 2001년 한국시리즈 우승 이후 챔피언 트로피를 못 받았다.

 이번 플레이오프는 LG의 경기 감각, 두산의 체력이 관건으로 꼽힌다. 지난 5일 정규시즌을 마친 LG는 실전감각을 끌어올리기 위해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와 두 차례(12, 14일) 평가전을 치렀다.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는 것이 김기태 감독의 말이다. 두산은 하루만 쉬고 1차전에 들어간다. 넥센과 다섯 경기를 모두 연장전 또는 1점 차 접전으로 치러 힘이 떨어져 있다. 김진욱 두산 감독은 “정신력으로 버텨주길 바란다”고 투지를 당부했다.

 지친 두산과 싸우는 이점에도 김기태 감독은 “야구는 쉬운 게 아니다”라며 미디어데이 참석자 6명 중 혼자 5차전 승부를 예상해 눈길을 끌었다. 두산은 2010년 롯데와 준플레이오프에서 5차전을 하고, 삼성과 플레이오프를 최종 5차전까지 몰고 간 저력을 보인 적이 있다. 정규시즌에선 두 팀이 8승8패로 막상막하였다.

 두 팀은 1차전 선발로 각각 류제국(LG)과 노경은(두산)을 예고했다. LG는 류제국이 정규시즌 팀 타율 1위(0.289)의 두산 타선을 몇 이닝까지 막느냐가 키 포인트다. 두산은 팀 평균자책점 1위(3.72)의 LG 마운드를 무너뜨려야 하는 숙제가 주어졌다.

 그중 관심을 끄는 것은 유희관과 이병규(등번호 9)의 맞대결이다. 유희관은 정규시즌 2위가 걸린 지난 5일 LG전에서 2점을 내줘 2-5 패배의 책임을 졌다. 당시 유희관을 상대로 역전 2타점 적시타를 친 타자가 이병규였다. 이병규는 그 안타로 타격 1위(0.348)도 굳혔다. 넥센과 준플레이오프에서 평균자책점 0.63의 완벽투를 한 유희관은 “한번 맞았으니 다음에는 잡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병규는 유희관의 도발에 응수하지 않고 “제가 져도 팀이 이기면 된다. 신경쓰지 않겠다”고 넘어갔다. 그는 올 시즌 유희관에게 9타수 4안타로 강했다.

 LG는 이날 참석자인 김기태 감독과 주장 이병규, 투수 봉중근이 유광점퍼를 입고 나와 시선을 집중시켰다. 유광점퍼는 LG 가을야구를 상징하는 옷이다. 김진욱 두산 감독과 홍성흔·유희관은 평소대로 원정 유니폼을 착용했다.

김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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