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각 트레이드와 'BK'의 행보

중앙일보

입력

그동안 '폭풍전야'처럼 잠잠하기만 하던 윈터미팅에 내슈빌의 정적을 깨는 다각 트레이드가 단행되었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 백스는 1루수 에루비엘 두라조(28)를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에 주고, 신시내티 레즈로부터 우완투수 엘머 데슨즈(30)와 함께 약간의 현금을 받는다.

신시내티는 토론토 블루제이스로부터 신예 유격수 펠리페 로페스(22)를 받고 토론토 블루제이스는 오클랜드로부터 유망주를 받는, 이른바 '4각 트레이드'가 단행되었다.

ESPN은 오클랜드가 토론토로 보낼 유망주로는 장래성있는 우완투수 제이슨 아놀드가 유력하다고 예상하고 있으며, 아놀드 외에 외야수 존 포드 그리핀도 토론토로 갈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올 시즌 애리조나 소속으로 1루수 마크 그레이스와 플래툰 체제를 형성하며 타율 .261, 16홈런, 48타점을 기록했던 두라조는 "A's 스타일"에 가장 잘 어울리는 슬러거라는 평가. 애리조나에서는 이루지 못했던 '풀타임' 지명타자로 나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데슨즈는 올 시즌 신시내티 소속으로 30차례 선발로 등판, 7승 8패, 방어율 3.03(내셔널리그 방어율 6위)을 기록한 수준급 우완투수로서 가라지올라 애리조나 단장은 랜디 존슨, 커트 실링의 '원투펀치'에 이은 제 3선발로 기용할 의도를 가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토론토에서 신시내티로 트레이드된 펠리페 로페스는 '98년 드래프트 전체 8위로 토론토에 지명된 유망주로 토론토의 내야를 짊어질 것으로 평가되기도 했다.

하지만 올 시즌 크리스 우드워드에 밀려 백업신세로 전락,타율 .227, 8홈런, 34타점으로 부진한 성적을 기록했다. 로페스는 신시내티에서는 보스턴으로 트레이드된 토드 워커의 빈 자리(2루)를 메울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윈터미팅 기간 중 트레이드 가능성이 높은 김병현은 올 시즌 애리조나의 잔류를 위한 '제1 명제'로 여겨지던 '선발로의 전환'이 엘머 데슨즈의 영입으로 인해 더욱 어려운 지경으로 빠져들고 있다.

소문으로 떠돌던 아메리칸리그 MVP 미겔 테하다(오클랜드 어슬레틱스)와 '김병현+두라조'를 패키지로 주고받는 1:2 트레이드는 사실상 두라조만 오클랜드로 가는 것으로 결정났으므로 김병현의 오클랜드로의 이적은 사실상 무산된 것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이 경우와 마찬가지로 또 다른 '선발 카드' 하비에르 바스케스(몬트리올 엑스포스)와 김병현+두라조 패키지의 1:2 트레이드도 두라조의 오클랜드행으로 인해 사실상 거의 물건너 간 상황.

이제 김병현이 이적할 경우, 가장 유력시되는 팀은 보스턴 레드삭스와 텍사스 레인저스.

올 시즌 마무리였던 우게스 어비나와의 재계약을 포기, 반드시 마무리를 영입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윈터미팅에 참가한 보스턴의 입장에서는 17일(한국시간)까지 열리는 윈터미팅 동안, 김병현을 포함한 마무리 영입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여진다.

벅 쇼월터감독이 둥지를 튼 텍사스 레인저스도 김병현이 이적할 가능성이 높은 팀.

텍사스는 클로저를 맡던 이라부 히데키가 일본의 한신 타이거스로 이적하며 생긴 마무리의 공백을 윈터미팅을 통해 채워야 한다. 게다가 벅 쇼월터감독의 김병현에 대한 '사제지간'의 정이 남달라, 텍사스로의 급진된 유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마지막으로 데슨즈의 영입에도 불구하고 '쓰임새 많은' 김병현의 애리조나 잔류 가능성도 점쳐볼 수 있다.

보스턴이나 텍사스측에서 제시하는 트레이드 카드가 가라지올라의 마음을 움직이기에는 미흡한 경우, 애리조나는 김병현을 그대로 눌러앉힐 수도 있다.

김병현이 굳이 5인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되지 못하더라도, 랜디 존슨-커트 실링-엘머 데슨즈-미겔 바티스타의 4인 로테이션으로 선발 체제를 이끌어가고 김병현은 임시 제 5선발 혹은 롱릴리프로 기용하는, 변칙적인 투수로테이션을 시즌 동안 가동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

게다가, 애리조나가 가장 큰 고민거리는 '클로저' 매트 맨타이가 아직은 미덥지 않다는 점.

얼마나 단기간에 전성기에 근접하는 구위와 스태미너를 회복할 수있을지에 대한 걱정이 가라지올라의 영석한 두뇌를 트레이드를 위한 위험천만의 '일방통행'으로 몰고 가지는 않을 것이다.

애리조나 입장에서 볼 경우, 김병현의 잔류는 어쩌면 실패할지도 모를 마무리에 대한 '가외성(Redundancy)'을 애리조나측에 부여하는 동시에 위험을 분산시키는, 즉 일종의 보험 상품용으로 선택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지우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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