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평가되는 두 『서구 문학』|『존 키츠』 1백50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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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금년은 「셸리」「바이런」과 함께 19세기 영국의 대표적 낭만 시인이었던 「존·키츠」 (1795∼1821)가 사거한 지 1백50년이 되는 해다. 「키츠」사거 1백50주기를 맞아 영국 문단은 「키츠」 문학의 새로운 평가에 대해 매우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키츠와 그의 세계』, 『키츠 시선』, 등「키츠」의 시와 함께 새로운 「키츠」의 평가를 곁들인 책들이 이미 4권이나 출간됐으며 앞으로도 여러 권이 나올 예정이라고 한다.
「키츠」에 대한 본격적인 비평을 시도한 사람은 「매쉬·아놀드」였었다. 「아놀드」의 「키츠」에 대한 비평은 『그는 언어를 구사하는데 있어서는 매혹적인 재능을 가진 시인이지만 일관된 사상은 결여되어 있다』는 말로써 집약된다.
「아놀드」의 이러한 비평은 다시 여러 평론가들에 의해 편견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실상 「키츠」가 5년이라는 짧은 시작 기간을 통해 발표한 시들은 대개 실 인생에 관계되는 철학적 사상이 결여되어 있는 게 사실이다.
이번에 새로 나온 책들의 「키츠」에 대한 평가는 꽤 다양하다. 어떤 책은 「아놀드」의 비평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나 또 어떤 책은 「키츠」의 후기 작품과 사후에 발표된 작품들을 소개하면서 「키츠」도 아주 깊은 구석에는 현실 의식을 지니고 있다고 평했다.
「드로디·휼리트」에 의해 출간된 『웬트워드·플레이스에서의「키츠」』는 「키츠」를 고전 작가의 계열로 다뤄 전자의 대표적 「케이스」. 한편 『키츠 시선』을 낸 「로버트·기팅스」는 「키츠」가 그 특유의 정신 철학을 창조했음을 강조하고 있다.
「키츠」 1백50주기가 계기가 된 「키츠」의 재평가 시비는 앞으로도 상당한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같다. 미를 발견하여 그것을 시로 표현하는 일을 지상의 원칙으로 삼았던 (미는 곧 진리며 진리는 미다- 시 『「그리스」의 항아리』중에서) 「키츠」의 시 세계에 과연 영혼이 있느냐, 철학이 있느냐 하는 문제가 새삼스럽게 제기된 문제는 아니지만 어떤 면에서든지 「존·키츠」가 재평가 돼야한다는 데는 거의 의견의 일치를 보이고 있다. 21세 때부터 시작에 몰두, 5년 동안 수많은 불후의 명시들을 내놓은 「키츠」는 불과 26세 때 연인 「패니·브라운」을 향한 사랑의 아픔, 그의 시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의 소리들에 충격을 받아 1821년 2월23일 「로마」에서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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