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4) 미 탁구팀 초청의 속셈|김영기 <한국 남자 농구 대표「팀」코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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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지난 7일 끝난 제31회 「나고야」 세계 탁구 선수권 대회에서 나는 두가지 사실에 흥미를 갖게 되었다. 그 하나는 중공 탁구 선수들이 경기에 임하기 직전에 모택동 어록을 낭독한다는 사실이다. 중공의 문화 혁명은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지만 신문 해외 「토픽」난에나 채울만한 「난센스」 와 같은 사건들이 심심치않게 소개되었다.
얼마 전에는 중공의 수영 선수가 모택동 어록을 외었더니 종전의 자기 기록보다 훨씬 좋은 기록을 수립했다고 자랑스럽게 털어놓았는데 나는 이러한 기사들을 읽으면서 느끼는 것은 모택동이 어쩌면 그렇게 중공 인민을 완전할 이만큼 바보로 만들었을까 하는 점이다.
또 다른 하나의 흥미는 중국 대륙이 적화한지 22년만에 처음으로 10일 미국 탁구 「팀」이 친선 방문 차 중공에 가게 된다는 점이다. 물론 중공으로선 충분한 정치적인 의도가 포함되어 있겠지만 하필이면 세계 정상에 위치한 중공의 탁구가 보 잘 것 없는 수중의 미국 탁구를 초청했느냐 하는 점에선 의문이 간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이들 미국 탁구 「팀」은 북평을 비롯한 수개 도시에서 순회 친선 경기를 가질 예정이라고 하는데 중공의 저의는 중공 인민 앞에서 미국의 허약성을 탁구라는 것을 통하여 폭로해 보려는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닌가 의심이 간다.
정치적으로는 중공이 어쩔 수 없이 문호를 서서히 개방할 시기에 미국 탁구를 초청하여 중공 인민 앞에서 무참히 망신을 주려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리려는 것임에 틀림이 없다.
그렇다면 미국의 탁구「팀」은 종교를 전도하기 위해 순수한 입장에서 오래 전에 중국 대륙에 발을 들여놓았다가 순교한 수많은 종교인들의 입장과 다를 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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