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3) 산불 후유증이 무섭다|이병창 <성대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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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올해도 식목일을 맞아 전국에서 나무 심기 행사가 있었다. 산림청 주관으로 된 올해의 식목 사업에서는 9만4천8백13 정보의 헐벗은 산을 가꾼 것으로 알고 있다. 산림 보호의 가장 큰 적이 산불. 산불이 나면 숲이 타는데서 오는 손해가 크지만 피해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후유증을 남기기 때문이다. 불길이 지나간 자리는 건조해져서 다음에 심는 나무도 당분간 잘 자라지 않을 뿐 아니라 건조한데서 해충이 생겨 병충해의 해를 입게된다.
작년 한햇 동안에 일어난 산불 건수는 약7백 건이며 이 손해는 3억5천만원이나 된다. 올 들어서도 벌써 35건에 3만 정보가 불탔으니 9만 정보에 나무를 심어 95%가 활착한다 하더라도 산불로 인한 손실을 생각하면 실효 조림은 줄어드는 결과를 가져온다.
정부는 조림 사업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고 있다. 민간인에게는 갖가지 특혜도 준다. 국고 보조·융자·면세가 있고 국유림까지 양여해 주면서까지 조림을 장려한다.
이 같은 시책에 반해 산불이 잦은 것은 국민의 애림 사상과 공중 도덕의 부족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본다면 담배꽁초 한 개를 무심코 버리는 행위가 엄청난 죗과가 되는 것을 알아야겠다. 몇 해전 우리 나라에 온 한 외국인이 산소 둘레에 선 나무를 보고 『한국인은 조상을 위한 나무는 가꿀 줄 알지만 후손을 위한 나무는 가꿀 줄 모르는 것 같다』는 말을 했다.
들놀이·등산객 등산에 오르는 사람들은 산불에 특히 유의하는 것이 곧 나무를 사랑하는 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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