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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순이와 짠돌이!… 상품 정보 쫙 꿰고있는 '수퍼소비자' 등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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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앞으로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수퍼 소비자'가 등장해 제조.유통업체들은 애간장을 태우게 될 것이다."

세계 최대 경영.정보기술(IT) 통합 컨설팅 업체인 IBM BCS(비즈니스 컨설팅 서비스)가 20일 발표한 '2010년 세계 소비 형태 분석 보고서'의 결론 중 하나다. 앞으로 5년쯤 뒤에는 아주 싼 제품이거나 품질이 좋은 값비싼 상품만이 팔릴 것이며, 기업 윤리를 중요시하는 소비자층이 늘어나는 등의 큰 변화가 예상된다고 이 보고서는 주장했다.

◆'수퍼 소비자' 등장=2010년에는 휴대전화기나 개인휴대단말기(PDA) 등 각종 단말기를 통해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유비쿼터스 환경이 마련된다. 이로 인해 각종 정보를 유통업체보다 더 많이 입수한 '수퍼 소비자'가 등장하게 된다. 소비자는 지금처럼 외출하기 직전 인터넷에 접속해 가격을 검색하고, 가게에 가서 물건을 사는 방식에서 벗어날 수 있다. 매장에서 실시간으로 가격과 제품 정보를 입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10분 전에는 A 매장이 제시한 노트북 가격이 100만원으로 가장 쌌지만, 막상 소비자가 매장에 도착한 순간 B매장이 90만원을 제시했다고 하자. 소비자는 B매장으로 발걸음을 돌린다. 이미 소비자들은 온라인 가격비교 사이트를 이용해 최저가 제품을 찾는 데 익숙하다.

◆양극단 소비 행태=일본에선 지금도 싸구려 청바지에 이탈리아제 명품 페라가모 신발을 신은 청소년을 쉽게 볼 수 있다. 개성이 강한 소비자는 자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제품을 살 때는 돈을 아끼지 않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철저히 가격을 따진다. 이로 인해 저가 제품과 고가 제품은 잘 팔리는 데 반해 가격이 어중간한 제품은 몰락하는 양극단 소비 형태가 나타나게 된다.동일한 회사가 보유한 브랜드에서도 양극단 소비 양상을 찾을 수 있다. 청바지 제조업체인 미국의 갭(GAP)사의 저가 브랜드인 올드 네이비와 고가 브랜드인 바나나 리퍼블릭은 99년부터 2003년까지 해마다 평균 13%, 9%씩 성장했다. 중급 제품인 갭 브랜드는 2% 매출이 늘어나는 데 그쳤다.

◆폐쇄적이면서 즉흥적인 소비자=광고 홍수 속에서 사는 현대인은 2010년에는 정부의 규제와 기술 발달로 원하지 않는 광고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 사생활을 중시하기 때문에 업체들은 소비자에 관한 정보를 좀체 입수하기 힘들다. 따라서 지금처럼 특정 업체의 브랜드가 소비자 머리를 강하게 지배하기 힘들게 된다. 소비자는 특정 브랜드를 염두에 두지 않은 채 집을 나선다. 매장에서 점원의 태도와 실시간 가격 정보에 따라 즉흥적으로 물건을 사는 소비자가 늘어날 것이다.

◆신규 브랜드 침투를 막는 고령화=2010년에는 유럽인의 40%가 50대 이상이 되며, 일본은 인구의 22%가 65세 이상 노인들로 구성된다. 그동안 사용하던 것을 고집하는 노인의 특성으로 인해 새로운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다가가기 힘들게 된다. 또 늦게 결혼하거나 혼자 사는 인구가 세계적으로 증가하게 된다. 실제 2002년 영국의 경우 91년보다 나 홀로 사는 가족이 두 배로 늘었다. 이로 인해 그동안 연령.지역.인종 등을 이용해 소비자를 연구하던 기업들은 종전의 방식이 효과가 없다는 사실을 곧 발견하게 될 것이다.

IBM BCS 박동배 상무는 "엄청나게 다양한 소비자들의 욕구를 다 충족할 수 있는 기업은 없다"라며 "그 업체만의 독특한 가치를 소비자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기업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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