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 경영의 기업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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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해마다 맞이하는 식목일을 전후하여 국민의 나무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져 가고 있음은 다행한 일이다. 경제 성장에 수반하여 우리 사회에서는 대도시의 갑작스런 팽창, 고속도로의 개통, 대규모 공업 단지의 조성 등이 「붐」을 이룬지 오래되었고, 이에 따라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누구에게나 실감을 줄만큼 되었다 할 것이다.
그 동안 국민의 의식 수준과 더불어 산림 녹화를 위한 국민의 관심도 꽤 높아져 정부의 산림 노화 계획이 차차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어 가고 있음을 우리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게 되었다. 과거의 헐벗은 산, 붉은 산으로 상징되던 한국의 이미지도 이제 서서히 가시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나무 잎의 푸르름이 온 국토를 덮고 울창한 숲 속에서 새가 지저귀는 푸른 동산의 꿈이 실현되기까지는 아직도 전도가 요원할 뿐 아니라, 해마다 겪는 막대한 홍수 피해는 국토가 여전히 황폐한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일깨워주곤 한다.
최근 조림 사업에 관한 반성으로, 나무를 심는데만 힘쓰지 말고 심은 나무를 잘 자랄 수 있게 가꾸어야 한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요는 나무를 심고 가꾸는데 쏟는 국민적 관심과 정력이 어떻게 적절한 행정적 지도에 따라 효율성 있게 실천되느냐에 달렸다 할 것이다.
농림 당국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 66년부터 70년까지 5년 동안의 조림량은 용재림을 비롯해서 총 1백20만 정보에 달했으나 활착률은 조림 당해 연도엔 70%이던 것이 다음해엔 60%로 떨어졌다는 것이며, 이 때문에 대단지 산지 개발 계획과 목재 수급 계획이 어긋나고 해마다 10억원 이상의 손실을 가져왔다는 것이다.
외국의 경우, 대개 조림 활착률은 80%를 정상으로 치고 있으므로 우리 나라의 60%는 지금까지 전개해 온 조림 사업 자체의 큰 결함과 문제점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아야 하는 것이다.
그 원인으로서는 충분한 재정의 뒷받침이나 적절한 시비 대책 또는 조림 기술 등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것은 더 말할 것도 없지만, 그밖에도 관민 할 것 없이 조림 사업에 대한 자세자체에 아직도 많은 허점을 지니고 있음을 지적해야 할 것이다.
재정 문제는 차치한다 하더라도 토양과 기후에 알맞는 수종을 적지에 심어야 하고, 일단 식수를 한 다음에는 적절한 비료를 줘야함에도 불구하고, 그렇지 못할 때엔 아무리 좋은 묘목을 정성 들여 심어놔도 제대로 자랄 수가 없음은 너무나 뻔한 일이다.
여기서 우리는 토양과 기후 등 조림의 조건을 지역적인 특성에 따라 가능한 한 정밀하게 구분하고 임지의 이용도를 파악하는 조사 사업의 중요성과 긴급함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종래 우리는 국토 녹화나 식목에 대해 너무나 소박한 생각을 품어온 것이 사실이며, 나무를 빨리 심기만 하면 푸른 강산을 이룩하리라는 다분히 감상적인 염원에 그쳤던 것 같다.
그러나 나무를 심는 일도 경제 사업의 하나이며, 기업성이 없는 조림 사업은 국가 재원과 노력의 큰 낭비임을 깨달아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최근의 산림 시책으로 영세민유 임야를 경제 단위로 통합, 개발시키는 구상이라든지 조림실속이 좋은 국유대부림을 사업주에게 무상으로 넘겨준다든지 하는 것은 모두가 임업의 기업성을 부여하려는 일련의 방안일 것이다.
그러한 정책 방향은 옳다고 하겠으나 당면한 근본 문제는 그들이 나무를 심기보다 잘 자랄 수 있게 가꿀 줄 아는 조건을 보장함으로써 많은 사람이 기업으로서의 조림에 관심을 돌릴 수 있는 투자 유인이 주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세제와 금융면의 지원 강화 등 제도적 개선과 보완에 본격적인 작업이 착수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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