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주사 맞으면, 비욘세·아이유처럼 … " 주의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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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피부관리는 물론 노화방지·비만관리까지 가능하다는 일명 ‘신데렐라 주사’ 광고. 많은 병·의원들이 이런 광고를 인터넷에 올려놓고 있다. [인터넷 캡처]

“연예인 단골 주사로 젊음을 되찾으세요!”

 지난달 22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C흉부외과. 이른바 ‘영양주사’로 입소문 난 곳이다. 고유 진료는 정맥 시술이지만 ‘비타민클리닉’이 따로 있다. ‘신데렐라 주사’ ‘백옥 주사’ ‘ABC 비타민 칵테일 주사’ ‘마늘(알리네이트) 주사’ 등등…. 병원 홈페이지는 몸에 좋다는 주사 광고로 도배돼 있다. 이날 본지가 병원을 찾아갔더니 영양주사를 맞으러 온 환자 세 명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병원 상담실장은 피로감을 호소하는 기자에게 ‘신데렐라 주사’를 권했다. “1년간 영양주사를 직접 다 맞아봤는데 피로 회복은 기본이고 노화 방지와 체지방 감소에도 탁월하더라”고 홍보했다. 그가 건넨 광고물을 보니 여성은 ‘지방 분해, 피부 미백·탄력’, 남성은 ‘발기부전, 갱년기 증상 치료’ 등에 효능이 있다 했다. ‘정말 효과가 있느냐’고 묻자 병원 측은 “정기적으로 맞아야 효과가 확실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10회에 40만원인 판촉행사 가격표를 들이밀었다.

 14일 대한의사협회 의료광고심의위원회에 의뢰한 결과 C흉부외과의 해당 광고는 “내과적으로 허용될 수 없는 효능”이라는 판정이 나왔다. 내과 전문의인 유진목 심의위원은 “신데렐라 주사의 주성분인 리포아란이 항산화 작용을 한다는 설이 있지만 의학적 객관성이 없다”고 설명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승인한 효능·효과에도 병원이 선전하는 ‘만능 효능’은 근거를 찾을 수 없다. 식약처는 급성 괴사성 뇌척수염, 내이성 난청 등의 증세에 대해서만 리포아란 주사 사용을 허가하고 있다.

 상당수 병·의원이 영양주사를 마치 만능인 것처럼 과대·허위 광고로 포장해 소비자들을 현혹하고 있다. 종로구 T피부클리닉에선 ‘백옥 주사’를 추천했다. 병원 직원은 “숙취 해소에 제일이라 직장인들이 예약 대기까지 하며 맞는다”며 “가수 비욘세와 아이유도 맞을 만큼 미백 효과도 입증됐다”고 말했다. 부작용이 없느냐는 질문엔 “임산부가 맞아도 될 정도로 안전성이 검증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압구정의 한 성형외과에서 이 주사를 맞은 서희정(28)씨는 “주사 투여 후 피로감이 나아지지 않고 오히려 더 심해졌다”며 “병원에선 안 돌던 혈액이 순환해 좋다곤 했지만 미심쩍다”고 했다.

 백옥 주사의 주성분인 글루타치온은 2011년 필리핀 FDA가 피부 미백 목적으로 주사 시 부작용이 있다며 경고한 바 있다. 국내에서도 간 치료제로만 주사 투여가 인정된다고 한다. 신촌에서 피부과를 운영하는 이상주 전문의는 “영양주사가 앞서 발달한 일본으로부터 약물 성분과 효능 광고 내용을 그대로 들여와 심의도 거치지 않고 광고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영양주사는 2007년 이래 매년 의료광고 사전심의에서 90% 이상 부적절 판정을 받고 있다. 그럼에도 업무정지 등 행정처분은 미미하다. 서울시 보건의료정책과에 따르면 지난해 관련 광고 위반 등으로 행정처분을 받은 경우는 고작 33건이었다. 압구정동 K성형외과 관계자는 “몸에 좋다고 하면 환자들의 이를 믿는 데서 오는 ‘플라시보’ 효과도 있어 효능이 아예 없다고 보기 애매하다”고 털어놨다.

 현재 영양주사는 성분 배합이나 투여 기준이 없다. 1회 투여 시 5만~6만원 선인데, 추가 할인 명목으로 주사를 섞거나 끼워 팔기도 한다. 또 의사 면허만 있으면 진료 과목에 상관없이 처방 가능하다. 그렇다 보니 산부인과, 흉부외과, 정형외과, 이비인후과, 영상의학과, 치아통증의학과 등에서 광범위하게 처방하고 있다. 송형곤 의사협회 대변인은 “의료계의 보험 저수가 고착화로 고유 진료만으로 먹고살기 힘든 의사들이 비보험 진료를 겸하면서 생긴 병폐로 자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영양주사=여러 가지 영양 성분을 배합해 병원에서 따로 처방하는 주사제. ‘비타민 주사’ ‘신데렐라 주사’ ‘백옥주사’ 등이 대표적이다. 피로 해소뿐 아니라 피부 미백, 체지방 감소 등 미용에 좋다는 광고가 쏟아지면서 찾는 여성이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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