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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한나라」의 내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파키스탄의 내전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세계는 동정의 눈으로 바라만 보고 있을 뿐이다. 분쟁의 당사자인 동·서 파키스탄의 지도자들 자신도 색다른 화해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파키스탄의 대통령이며 서 파키스탄의 입장을 옹호하는 「야햐·칸」은 동 「파키스탄」에 정부군을 투입, 무력을 행사하고 있다. 외신은 동 「파키스탄」인 수만명의 피살 설을 전했다. 적어도 3만5천명은 정부군에 의해 희생되었으리라는 추측이다.
동「파키스탄」의 주도 세력인 「아와미」 연맹 당수 「라만」의 지지자들은 벌써 임정 수립을 공언하고 있다. 「벵글라데쉬」라는 「벵골」 인민공화국-. 곳곳엔 「벵글라·데쉬」의 기가 나부끼고, 새 통화도 발행되었다.
창과 칼을 든 동「파」인과 총과 탱크를 동원한 정부군의 대전에서 어느 편이 더 많은 희생자를 낼지는 너무도 분명한 일이다.
동·서의 대립은 우선 인도 반군에 두고 양편이 2천km나 떨어져 있는 지정학적 이유보다는 그 역사적 생성 과정에서 더 많은 요인을 찾을 수 있다.
서「파」인의 공용어는 「우루두」어이다. 이 언어는 「아라비아」어나 「터키」어와 마찬가지로 우에서 좌로 횡서하며 문법도 「아리안」족의 그것과 비슷하다.
그러나 동「파」인의 공용어는 전연 판이하다. 그들의 「벵골」어는 「우루두」어 와는 정반대로 좌에서 우로 쓰며, 문법은 우리의 한글과 비슷하다. 목적어 뒤에 동사를 쓰는 것이다. 동·서인은 이 언어 문제로 이미 1951년 혈투를 벌인 적도 있었다.
그러나 최근의 분쟁을 일으킨 직접 원인은 경제 개발의 불균형에 있다. 수년전의 한 통계에 따르면 파키스탄 공업의 약 75%가 서「파키스탄」에 집중되어 있다. 그 나라의 제1차 5개년 경제 개발 계획을 보면 서「파」인 1인당 총 투자액은 동「파」인보다 4·3배나 높다. 무역 수지의 면에서도 동 「파」는 출초를 기록하며, 서「파」는 입초를 보이고 있다. 동인이 번 돈으로 서인이 배를 불린다는 말이 이 나라에선 실감난다.
중앙 관료 역시 동인일색이다. 고급 관리의 85%는 서인이며 동인은 그나마 빛 없는 자리를 겨우 15% 차지했을 뿐이다. 군의 경우는 서인의 손에 90%가 쥐어져 있다.
동 「파」의 「벵골」 민족은 「아리안」계의 서 「파」인과는 대조적이며 생활 감정도 같고 연대 의식이 강하다. 동·서의 분쟁은 결국 운명적인 필연의 결과인 것 같다. 분리된 단일 민족의 비극을 체험하는 우리로선 그 이민족끼리, 더구나 다른 조건 아래서 단일국을 지탱하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이해할 것도 같다.
「파키스탄」(Pakistan) 은 『정한』(Park) 『나라』(stan)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이 깨끗한 나라가 피로 물들여 지고 있는 사태는 멀리서 보기에도 딱하고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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