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널목서 버스·화물열차 충돌 10명 즉사·32명부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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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대구】28일 상오 9시5분쯤 대구시 달성동118 경부선 원대건널목(서울 깃점3백23.8㎞)에 서원대동에서 시내로 들어가던 경북교통소속 경북 영5∼2861호 좌석버스(운전사 권화판·31)가 올라간 차단기만보고 달리다 용산발∼부산행 제1009호 화물열차(기관사 김규진·44)에 옆구리를 받혀 박살이 나면서 14m쯤 퉁겨가 맞은편에서 신호 대기 중이던 제일여객소속 경북 영5-1533호 좌석버스(운전사 최성·32)앞을 받고 길바닥에 팽개쳐 졌다. 이 사고로 차단기 앞에 섰던 배성환씨(27)등 행인 5명과 사고를 낸 버스에 타고있던 정순임 여인(29·대구시 산격동1구1036)둥 10명이 죽고 19명이 중상, 13명이 경상을 입었다.
이날 부산발 용산행 제36화물열차가 상행 선으로 이 건널목을 지나가면서 건널목전방 8백m 지점에서부터 자동 경보기가 울려 건널목간수 정수웅씨(27) 가 차단기를 내리고 차량과 행인의 통행을 막았는데 상행 선으로 열차가 통과한 뒤에도 계속 자동경보기가 올렸으나 정씨는 상행 선으로 올라가는 열차 때문에 계속 울리는 것으로 착각, 상행 선으로 올라간 제36열차가 통과한 것만 확인하고 차단기를 올려버렸다.
이때 5분 연착한 제1009열차가 10초 간격으로 이 건널목을 통과하는 바람에 사고가 난 것이다. 간수 정씨는 이때 상행 선으로 올라가는 열차에 가려 하행 선으로 내려오는 제1009열차를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사고 버스운전사 권씨도 자동경보기가 계속 울렸으나 건물에 가려 하행열차를 못 번 대신 올라간 차단기만 보고 건널목을 건넜다고 말했다.
사고가 나는 순간 사고의 버스는 열차에 받혀 1m가량 공중으로 떴다가 건널목 맞은편에서 신호 대기 중이던 경북 영 5-1533호 좌석 버스 앞부분을 받고 빙그르 돌아 길바닥에 내려앉았는데 이때 자전거를 타고 가다 역시 신호 대기 중이던 배씨 등 5명이 사고 버스에 깔려 죽은 것이다.
이 사고로 사고 현장 주변은 피로 물들었으며 사람 살리라는 비명으로 수라장을 이뤘다. 사고 버스 뒷자리에 앉았다가 기적적으로 가벼운 상처만 입은 김규삼군(20·경북대학교 공대2년)은『운전사 권씨가 차단기가 올라가는 것을 보고 차를 몰아 15m너비의 건널목을 반쯤 지났을 때 갑자기 시커먼 물체가 차를 덮쳐『앗!』하는 외마디 소리를 지르고는 정신을 잃었다고 말했다.
이 건널목에서는 68년 한햇 동안에 10건의 철도사고가나 11명이 죽었고 69년1윌23일엔 열차와 버스가 충돌, 2명이 죽고 14명이 중경상을 입고 사고 등이 잇달아 마의 건널목으로 불리고있다.
이날 사고현장에는 김덕봉 도지사를 비롯, 서재근 경찰국장 등이 긴급출동, 사상자들을 꺼내 경북대학부속병원·곽 욋과의원·남산병원·동산병원 등에 긴급수송, 응급치료를 받게 했는데 중상자중 정경순씨 등 2명은 생명이 위독하다
경찰은 28일 건널목 간수 정수웅씨와 장재형씨(28)를 업무상중 과실치사상혐의로 구속하고 사고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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