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기로 본 투표참여양태|타의·사리고려는 지양되어야|소외불참은 정치불안 원인 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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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편집자주=이 글은 한국정치학회가 3월27일 성균관대학에서 마련한 연구발표회 때 이 교수가 발표한 논문요지임】
서구에서는 도시에서 시골로 갈수록 투표율이 낮아지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다. 그리고 학력이 높은 층보다 낮은 층이 기권 율이 높다. 이것은 도시민보다 농촌 민이, 고학력보다 저 학력이 정치적 관심도 적고 의식도 약하기 때문에 당연한 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일본과 한국을 비롯한 몇 나라에서는 그와 정반대의 현상이 나타나고있다.
도시보다 농촌의 투표율이 현저하게 높으며 고학력 층보다 저 학력 층의 투표율이 높다. 필자는 그 원인을 투표참여조기분석에서 찾고자한다.
서구학자들이 일반적으로 인정해온 투표조기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그 한가지는「정치적 자기주장」이요, 다른 한가지는「시민적 의무감」이다. 학력이 높은 사람이 일반적으로 정치적 자기주장 욕과 시민적 의무감이 더 강하기 때문에 그들의 투표율이 더 높은 것은 당연한 것으로 보아 왔다. 그러나 서구학자들이 보지 못한 중요투표조기가 적어도 두 가지 더 있다.
「타의 추종」과「비정치적 사리고려」가 그것이다. 이것은 한국과 같은 정치사회에 조금만 경험이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다 쉽게 인식할 수 있는 일이다.
타의 추종적 투표참여란 남이 하라는 대로 아무런 자기주장이나 주권 없이 투표하는 것을 말한다고 비정치적 사리고려에 의한 투표참여란 정치적인 동기로 어떤 당이나 후보자에게 표를 던져 주는 것이 아니라 돈이나 술이나 기타 물질적인 권유에 따라서 투표하는 것을 말한다.
이런 타의 추종적 투표나 비정치적 사리고려 투표는 민주선거의 기본이상에 어긋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이런 투표자가 많을수록 선거는 소위 타락선거가 되며 그 국민은 준 주권국민행세밖에 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기권의 동기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몸이 불편해서 투표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고 그 외 불가피한 사정이 있어서 투표 못하는 사람도 있다.
이런 부가피한 사전 없이 기권하는 이유를 서구학자들은 주로 정치적 무관심으로 보고 있다. 필자는 여기에「선거소외감」을 부가하고자한다. 선거소외감이란 선거효율성을 부인하는데서 온다. 선거운동, 투표 및 개표절차, 정당공약 등에 대한 불신이나 회의가 있을 때 선거소외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타의 추종이나 비정치적 사리고려가 정치적 관심이 별로 없는 유권자를 투표소로 몰고 가는 동기가 되는 반면에 선거소외감은 정치적 관심이 비교적 높은 유권자로 하여금 투표하게 만드는 것이다.
선거소외감을 없애고 선거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다음 다섯가지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 선거자체가 정책선정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공직자를 선출하는 선거라야 한다. 소련같이 국민에 의해서 당선된 선신은 장식품역할만 하고 자주자선한 공화당의 당직자들이 모든 정책을 협의로 결정하는 제도하에서는 선거가 아무런 민주적 의의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국회의 권한이 위축되어 있을 때 국회의원선거에 회의를 품는 것은 당연하고도 남음이 있을 것이다.
둘째로 선거운동의 자유가 보장되어야하며 선거관리가 공정해야 한다. 한사람은 다리를 묶고 뛰어야 하고 다른 한 사람은 구속 없이 자유롭게 뛰어서는 공정한 경쟁이라고 할 수 없다.
세째로 투표에서 이기고 개표에서 지는 일이 없도록 계획의 공정이 보장되어야 한다.
네째로 정당이나 후보자간의 경쟁이 어느 정도 비등해야 한다. 한쪽이 너무 강해서 투표하나마나 당락이 기정사실화 되면 투표할「맛」이 없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다섯째로 선택의 여지가 있어야한다. 정당이나 후보자간에 정책이나 능력의 차이가 없으면 누가 당선되어도 무관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선거효율성조건의 충족을 위해서는 집권당의 책임이 무엇보다 크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용의만 있으면 대부분의 망인을 충족시킬 수 있는 힘이 집권당에는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야당의 책임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야당만이라도 국민의 꿈을 자극할 수 있고 책임을 누리고 있는 한 선거의 여지가 남아 있고 개혁의 가망성이 살아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현실과 관련시켜 부언 한다면 여야간의 경쟁이 너무 부정적인 악의의 경쟁으로 보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좀더 감정적인 선태의 경쟁으로 승구 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다시 도촌간의 투표율 차이에 돌아가서 볼 때 농촌의 유권자들은 비교적 학력이 낮고 무관심하나 타의 추종적 성향과 비정치적 실리추구 때문에 투표율이 높고 그 반면도시의 유권자들은 비교적 학력이 높고 관심도가 높으나 선거소외감의 영향 때문에 기권 율이 높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런 현상은 불건전한 면이 있으며 몇 가지 주목해야 할 형태가 있다. 첫째 무관심에서 오는 기권도 나쁘지만 소외감에서 오는 기권은 더욱 위험한 부작용이 따를 수 있다. 왜냐하면 소외 기권 자는 기존선거질서에 대해 회의를 갖고있기 때문에 체제 외재적 정치출구를 찾으려고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측 소외기사자가 많으면 정치적 불안정의 요인이 강해지는 것이다.
둘째로 타의 추종적 유권자와 비정치적 사리 고려적 투표자는 그대다수가 여당을 지지하는 경향이 있고 소외기권자의 대부분이 반 여당적인 경향이 있다. 이것은 여당이 비교적 학력이 낮은 유권자의 지지로 집권하게 된 반면에 유직부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결과를 유발하게 된다. 그러나 여론은 유직부이 지배하기 마련이기 때문에 집권당이『선거에는 이기고 여론에 지는』비정상적인 사태를 낳는다. 즉 정치적 불안정의 요인이 더욱 강해지는 것이다.
이상은 투표참여에 관한 일반적인 비교이론의 요지이다. 이것이 한국의 현실에 얼마나 적절하게 맞는지는 제구적인 조사연구를 해서구명월 일이다. 다만 여기서 말할 수 있는 것은 한국에도 타의 추종적 투표라든가, 비정치적 실리주의적 투표, 그리고 소외 민에서 오는 집권 등 비정상적인 투표형태를 많이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 비정상적 투표형태가 없어지고 정치적 자기주장이나 시민의무감이 주 동기가 되어 투표에 참여하는 일이 보편화 되는 날 한국은 성년 민주국가로서의 체모를 완전히 갖추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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