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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사들의 회의는 내환을 부른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미군이「인도차이나」전장에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은, 이 전쟁이 몰고 온 새로운 전술을 익히기에 힘이 들기 때문이 아니라 미군 일부 스스로가 자신의 임무의 정당성이나 가치를 회의하는데서 오는 심리적 타격 때문이다. 이와 같은 회의는 적의 선전 공세에서보다 오히려 고국(미국)에서 들려오는「뉴스」내용에서 더욱 자극되고 있다.
자기 자신에 대해 회의하는 군대가 완전한 능률을 발휘할 수 없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미국 군대의 모체가 되는 미국 사회나 청년층이 국가의 사명에 대해 회의를 품고 있는 상태 아래서 그 군대는 마땅히 어려움을 당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인도차이나」에서 싸우고 있는 미군 사이의 인종문제, 마약문제, 기강문제 등 고국이 당면한 악화 일로의 문제들이 그대로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곤란한 문제는 이와 같은 고국의 사회적인 병리현상이 동남아로 이식될 때 그 심도는 더욱 악화된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현상은 미군이 모두 귀국한 다음에 과연 어떤 심리적 영향을 초래할 것인지를 정확히 예측하기는 어렵다.「프랑스」의 경우「인도차이나」에 참전한 군인이 모두 지원병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종전 후 이들이 귀국했을 때 나타난 전체「프랑스」에 대한 심리적 반향은 심각했다.
즉「프랑스」군 장교단 안의 지식층은 모택동의 혁명 전술에 익숙한 적으로부터 방법론을 배우게되어 OAS(비밀군사조직)를 만들어 자기들의 목표를 지지해주지 않는 정부와 국민 여론에 대해 사회주의적 목표를 빼버린 모택동의 혁명적 방법을「알제리」에서 이용했다.
OAS의 반란은 한 때「프랑스」국가 자체를 위협하기도 했다. 얼마 후 군에 주어진 사명과 국민 여론의 방향이 상반된 사실을 인식한 반란 장교중의 한사람인「트렝키에」대령은 이렇게 말했다.『우리의 전쟁목표가 국민들에게 분명히 알려져야 한다. 그래서 국민들이 이 목표를 납득해야 한다. 』 최근 미국이 난처한 상황에 빠지게 된 것은 바로 국민의 이와 같은 납득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닉슨」행정부는 다시 한 번 군이 맡아야할 나머지 임무가 무엇이며, 국민이「인도차이나」에서 기대할 수 있는 결과가 무엇인지를 설명해야 된다.
54년「디엔비엔푸」전투가 있기 전「드골」장군은 나에게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그것에서 군사적 해결을 추구하려면 새로운 전술과 새로운 노력을 기울여야한다. 그러나「프랑스」는 그러한 새 노동을 기울일 의사가 없다. 현재 진행중인 전쟁은 체면유지를 위한 것에 불과하다. 』
미국이 현재 동남아에서 패전의 방향으로 전쟁을 종식시키고 있지 않다는 점은 명백하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의심할 여지도 없이 군사적 승리를 할 수 있다고 장담 할 수도 없다. 이런 속에서 지금까지 참전한 모든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자부하고 있는 미국인들이 군사적 방법에 의한 승전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에 대해 회의를 느끼고 있는 것이다.
이제 월남전에서 돌아오는 군인들이 미국 사회의 기존 가치관을 위협하고 있는 여러 가지 국내의 혼란이나 또는 이 혼란에서의 반동적인 세력 속에 휩쓸려 드는 것을 막기 위해 미국사회는 대대적인 노력을 취해야 할 것 같다. 전연 다른 상황 속에 있던「프랑스」에서는 「인도차이나」의 휴유병으로 뿌리깊은 불만이 잠재적 내란 사태로 번졌던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닉슨」대통령은 현행의 불공평한 징병제를 철폐하고 지원 병제를 채택함으로써 군과 국민 관계를 재조정하려고 하고 있다. 이 계획이 실시되면 자신이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전쟁에 나가 싸움으로써 개인의 인권이 불공평하게 침해된다는 환상을 가진 사람들의 분노를 덜어주게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첨가하고 싶은 것은 국민 개병 제도를 잠정적 여론 때문에 철폐한다는 건 건전한 생각이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징집 연령에 도달한 모든 젊은이들을 1년 동안 군에 복무케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평화 봉사단이나 공해 방지활동이나 교육사업과 같은 일에 종사하고자 하는 젊은이들은 후방에 남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현명하지 않을지? 이렇게 한다면 미국은 국민이 원하는 군대를 보유하면서 동시에 모든 민주국가가 국민에게서 정당히 요구할 수 있는 잠정적 희생을 계속 부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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