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옴부즈맨 코너] 바통 터치, 엉덩이 승부 … 공감 가는 인생 얘기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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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4호 30면

10월 6일자 중앙SUNDAY는 유난히 인생 이야기가 구석구석에서 많이 묻어났다. S매거진 ‘김상득의 인생은 즐거워’에서 필자는 ‘인생은 엉덩이 승부’라고 했다. 의자 벨벳 커버가 아니라 엉덩이가 닳도록 시간을 보낸 생트 콜롱보라는 음악가의 이야기는 읽는 이의 공감을 이끌어내기에 충분했다.

15회째 진행되고 있는 ‘이광재가 원로에게 묻다’는 잔잔하지만 주옥 같은 키워드들이 항상 도드라져 보인다. 이번에도 ‘인생은 바통 터치’ ‘지나치게 욕심 부리지 말기’라는 문구가 가슴에 와닿았다. 또한 선덕여왕이 비주류였던 김유신과 김춘추를 기용해 삼국통일이라는 대역사를 쓰지 않았느냐는 원로의 조언은 기업 하는 사람이든, 정치하는 사람이든 한 번쯤 가슴에 새겨볼 만한 얘기다 싶었다.

김갑수의 ‘시인의 음악 읽기’도 비바체로 읽어 내려가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 오페라를 글로 읽는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가. 하지만 그의 글에는 오페라를 듣는 듯한 생생한 감동이 있었다. ‘중증질환 직전의 실성한 상태로 살아가야 위로가 되는’ 동시대를 함께 사는 자의 공감대 때문일까.

한국 대학들에서는 요즘 진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국제화 지수 달성을 위해 중국 학생들을 너도나도 유치하고, 국제어 수업이란 명분하에 한국인들끼리 영어 수업을 한다. 과연 강의 내용이 제대로 전달될까 우려된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대에 등장한 첫 외국인 보직교수의 인터뷰가 눈에 들어왔다. 비록 국제화를 위한 노력을 많이 하고 있지만 그의 눈에 비친 한국 풍경을 보면 아직도 부족한 부분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

‘제주도로 몰려드는 중국 자본’ 기사를 읽으면서는 중국 관광객과 중국 자본이 어느새 제주 경제의 핵심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지적에 아찔한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최근 제주도에 다녀온 이들은 ‘마치 중국 같았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무분별한 외자 유치는 기대와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 있지 않을까, 지역경제 활성화보다는 무분별한 개발로 이어지진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이러다 중국 위안화로 제주도를 여행해야 하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비단 제주도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제주도와 똑같은 고민 때문에 대한민국 구석구석이 몸살을 앓게 될지도 모를 것 같다는 괜한 걱정이 앞섰다.

S매거진의 커버는 예술이었다. 간만에 등장한 ‘대장금’의 이영애가 직접 준비한 피렌체 만찬. 기획력이 돋보이는 구성이었다. 한식은 궁중 요리사나 외국 귀빈들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 아니라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음식으로 인정받을 때 진정한 세계화 대열에 낄 수 있지 않을까. 음식은 문화라는데, 한국인의 밥으로 마음을 교류하려는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겠다. 밀양 송전탑 현장 조사 착수 기사가 1면 아래에 실렸다. 중앙SUNDAY가 보다 심층적인 기획을 해볼 만한 사안이라고 생각한다.



임명옥 코콤포터노벨리 CEO. 이화여대 불문과, 연세대 언론홍보대학원을 나왔다. 홍보컨설팅, 위기관리 시뮬레이션, 미디어 트레이닝 등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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