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수수에 소송까지…갈 길 바쁜 재건축에 '불똥'

조인스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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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의영기자] 최근 재건축 사업 추진에 속도가 붙은 서울·수도권 일부 단지들이 '내우외환'을 겪고 있다. 금품 비리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거나 조합원 간 갈등 때문에 소송전을 벌이는 등 악재를 맞고 있다. 이에 따라 해당 단지 조합원들은 사업 지연으로 인한 피해를 우려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부동산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 다만 전반적으로 관망세가 짙어지면서 아파트 거래는 소강 상태를 보이고 있다.

신반포1차·개포1단지 비리 연루

수원지검 특수부는 지난 2일 서울 신반포 1차 재건축사업 철거업체인 다원그룹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서울시의회 김명수 의장을 구속한 데 이어 개포 주공1단지 재건축사업 조합장을 불러 조사했다. 이들 단지 외에도 서울·수도권 조합원 10여 명을 소환해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검찰발 악재에도 사업 진행에는 차질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다만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단지별로 반응은 달랐다.

신반포1차의 경우 단순한 개인 비리이기 때문에 사업 추진에 문제될 것 없다는 분위기다. 반포동 H공인 사장은 "이번 사안은 재건축 사업 진행과는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에 분양 일정은 계획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공사인 대림산업 측도 "조합 사업과 관련 없는 철거업체와 의장 간 문제로 사업 자체에는 이상 없다"는 입장이다. 11월 중순께 견본주택을 열고 본격적인 분양에 나선다는 것이다.

현재 신반포 1차 아파트는 지난 8월 서초구청으로부터 통합재건축을 허가하는 사업시행 변경인가를 받고 11월 말 일반분양을 준비하고 있다. 시장도 별다른 동요 없이 잠잠했다. 신반포1차 전용면적 73㎡형의 경우 9월 이후 가격 변동 없이 평균 16억5000만원 정도에 매물이 나오는 상황이다.

개포 주공1단지 측 시장 분위기도 마찬가지다. 이 단지 전용 35㎡형은 5억7000만~5억8000만원 수준으로 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개포동 S공인 사장은 "(검찰 수사와 관련해) 조합원들의 전화 문의는 많았지만 조합장이 단순히 조사만 받고 나왔기 때문에 현재 시장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상당수 주민은 사업 차질을 걱정하고 있다. 개포 주공1단지 조합원 이모(48)씨는 "말 그대로 좌불안석"이라며 "검찰 조사에서 아무 문제 없기를 기다리는 것 외에는 대안이 없어 답답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개포 주공1단지는 지난달 6일 서울시에 건축심의를 신청해 11월께 통과를 앞두고 있다. 이대로라면 내년 초에 사업시행 인가를 받을 것이란 게 업계의 관측이다.

전문가들은 해당 조합 측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재건축사업이 차질을 빚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신한은행 이남수 부동산팀장은 "이번 사안으로 시장이 위축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개포의 경우 조합장이 연루돼 있어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면 조합장을 다시 뽑아야 하기 때문에 현행 사업 일정이 늦춰질 수 있다"고 말했다.

과천 주공7-1단지, 조합설립 취소

과천 재건축 단지는 사업에 지장을 받고 있다. 최근 과천 주공7-1단지의 상가 소유자들이 과천시를 상대로 조합설립 인가처분 취소 청구소송을 제기해 경기도 행정심판위원회로부터 취소 결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당초 주공7-1단지는 재건축 추진 과정에서 단지 내 상가와 협의가 잘 이뤄지지 않자 토지분할소송을 통해 지난 4월 조합설립 인가를 받았다. 이에 상가 측은 조합이 토지분할계획을 잘못 수립했고, 과천시청이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조합설립 인가를 내줬다며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조합설립 취소 판결을 받아낸 것이다.

도시정비법에 따라 토지분할 경계선에 건물이 없어야 하지만 조합 측이 그어 놓은 경계선 아래 상가에 지하가 있는 점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이에 따라 주공7-1단지는 재건축추진위 단계로 되돌아가서 다시 절차를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시장은 별다른 변동 없는 상태다. 이 단지 전용 54㎡형은 현재 6억원에, 82㎡형은 8억~8억5000만원 수준에 매물이 나와 있다. 인근 부림동 K공인 사장은 "거래 건수가 많지 않아 올 하반기 들어 가격은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KB국민은행 박합수 부동산팀장은 "아파트와 상가 조합원 간 갈등은 상당수 재건축 단지에서 통과의례처럼 나타난다"며 "그동안 과천 집값이 많이 빠진 데다 아직 재건축 초기 단계여서 시세가 추가적으로 하락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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