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수로 끝나는 「가출 신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가출인을 찾아주는 경찰서에 마련된 가출인 신고 「센터」, 길 잃은 사람을 보호하는 시·군의 사회과, 노약자를 직접 인도, 보호하는 경찰서의 소년계 등 관계 기관 사이의 업무협조 체계가 마련되지 않아 애타는 가족들의 신고가 1개 기관에서의 접수로만 그쳐 사람을 찾지 못하는 예가 많다. 이 같은 사실은 가출인으로 신고된 사람이 시 보호 시설에서 사망했으나 연고자가 없다는 것으로 처리되어 모 대학 병원에서 해부 자료로 쓰이는가하면 시내의 경찰서에 보호되면서도 다른 경찰서에 신고된 자가 『찾을 수 없다』는 회보를 낸 것으로 나타나 가출인 수배 업무의 헛점을 드러냈다.
한 예로 서울 성북구 미아동 481의 51 유재순씨 (80)는 지난 1월18일 법원리 아들집에 간다고 집을 나간 후 행방 불명되어 가족들이 4일 만인 22일 성북 경찰서에 가출인 신고했으나 이때 유씨는 서울 용산 경찰서에서 보호되었다가 시립 갱생원에 하루 전에 넘어갔는데도 수배가 교환되지 않아 찾지 못했고 2월14일 사망했다.
유씨는 사망 후에도 무연고자로 처리되어 모 의대 부속 병원으로 넘겨져 방부제 「탱크」속에 해부용으로 보존되어 있던 중 끈덕진 가족의 추적으로 행방 불명 38일 만인 지난 2월26일 찾아냈다.
죽은 유씨는 처음 용산 경찰서 원효 1가 파출소 오석진 순경에 의해 정확한 이름·주소가 밝혀졌으나 용산 경찰서 소년계는 흔한 거지로 취급, 연고지 조회 불능으로 서류를 꾸며 시립 갱생원에 이송한 것으로 밝혀졌으며 시경에 유씨의 보호 수배조차 내지 않았다.
이 때문에 유씨를 「보호」하고 있는 사실이 각 서에 수배가 되지 않아 이튿날 장손 창현씨 (39)가 성북 경찰서에 신고하러 갔을 때 즉각 유씨를 찾을 수 있는 기회를 놓쳤으며 당일 가출인 「센터」에서 방송한 유씨에 대한 수배 (지령 번호 l79)마저 용산 경찰서에선 보호자와 대조를 안 하는 등 수배가 헛돌았다.
또한 서울 영등포 시립 병원에서 사망한 장세철씨 (37·영등포구 사당동 37의 20)의 경우도 마찬가지. 9일 가출, 4일 만인 13일 가족들이 가출 신고하는 한편 노량진·영등포·서대문·남대문·마포 경찰서까지 찾아다녔으나 허탕을 쳤는데 신고 후 10일만에 병원 직원에 의해 사망했다는 것을 알았다.
병원 측은 장씨를 병원에 옮긴 경찰관이 주민등록증에서 주소·성명을 적어 갔으나 연락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관계 기관간의 연락 단절과 관계자의 무성의 등으로 지난 1년 동안 가출 신고 6천1백85건 중 해결된 것은 연고자 인계 2천9백13건, 귀향 1천58건, 수용 4백16건이며 1천5백 98건이 해결되지 않았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