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엽 없는 팬택의 승부수 … '시크릿노트'로 안방 지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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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우 팬택 대표이사가 10일 오전 서울 상암동 팬택 본사에서 열린 행사에서 신제품 ‘베가 시크릿노트’를 소개하고 있다. 이 제품은 다음주부터 이동통신 3사를 통해 국내 출시된다. [뉴시스]

“1년 안에 50년 이상을 영속할 수 있는 기업의 초석을 마련하겠습니다. 우리는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고로 존재할 것입니다.”

 10일 서울 상암동 팬택 본사에서 열린 새 스마트폰 ‘베가 시크릿노트’ 공개 행사에서 이준우(50) 팬택 대표이사 사장은 목이 꽉 멘 목소리로 이렇게 기조연설을 끝맺었다. 행사장 가장자리에 서 있던 일부 직원들은 눈을 꾹 감고 고개를 떨구기도 했다.

이날 행사는 팬택이 지난달 24일 창업자인 박병엽(51) 전 부회장을 떠나보내고, 직원 800여 명에 대해 무급 휴직을 발표한 뒤 연 첫 행사였다. 단독 대표이사로 나선 이 사장이 처음으로 공식석상에 나서 팬택이 나아갈 길을 설명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이 사장은 “그동안 조속한 정상화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고민을 많이 했다”고 운을 뗐다. 그는 “기술 기업 팬택이 생존하는 방법은 더욱 팬택다워지는 것”이라며 “팬택만의 기술력과 장인 정신이 녹아 있는 혁신 제품을 출시해 시장에서 제대로 인정받겠다”고 설명했다.

‘팬택의 아버지’인 박 전 부회장에 대한 소회도 밝혔다. 이 사장은 이날 간담회 후 식사자리에서 “(박 전 부회장의 빈자리가) 없을 수는 없다. 사람을 내보내고 편할 사람이 있겠나. (무급 휴직에 대해) 대표로서 미안하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승리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사업 조정을 한 것”이라며 “슬퍼할 겨를조차 없었다”고 덧붙였다.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당분간은 수익성을 높이는 데 집중한다는 것이 이 사장의 계획이다. 그는 “해외 사업은 축소하고, 일정한 수량과 이익이 담보되는 모델만 내놓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익을 내기 위해 팬택이 선택한 신제품이 이날 공개된 ‘베가 시크릿노트’다. 5.9인치 대화면에 내장형 펜(V펜)을 넣고 ‘노트’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 LG전자의 ‘뷰’ 등 5인치 후반대 대화면을 탑재한 스마트폰 제품군을 겨냥했다. 이 사장은 “국내 스마트폰 시장은 노트류와 비노트류로 나뉘는데, 노트류를 외면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유독 국내에서 인기가 높은 노트류 제품으로 우선 국내 시장에서의 입지를 탄탄하게 굳히겠다는 얘기다.

박창진(부사장) 국내마케팅본부장은 “어려운 상황이지만 이 제품으로 현재 10% 초반대인 시장 점유율을 15%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팬택 스마트폰 최초로 3GB 램을 탑재하는 등 사양은 지난달 25일 출시된 갤럭시노트3와 비슷하지만 가격은 10만원가량 싼 90만원 후반대가 될 예정이다.

 경쟁 제품과 대등한 스펙에 더해진 강력한 ‘사생활 보호’ 기능이 시크릿노트의 주 무기다. 후면에 달린 시크릿 키에 등록한 지문을 입력해야만 ‘시크릿’ 기능을 쓸 수 있다. 사진·동영상 중 원하는 파일을 따로 보관할 수 있는 ‘시크릿 박스’, 특정 전화번호와 주고받은 메시지나 통화내역까지 숨겨주는 ‘시크릿 연락처’ 등이 추가됐다. 팬택의 지문인식 기술은 애플 아이폰5S에 탑재된 터치 방식이 아닌 문지르는 방식이기 때문에 본을 떠서 해킹을 할 수 없다는 장점이 있다.

또 PC에 연결하지 않고도 디지털카메라·USB 메모리 등 다른 전자기기와 파일을 주고받을 수 있는 ‘USB 호스트’ 기능도 탑재했다. 화면 크기가 갤럭시노트3(5.7인치)나 뷰3(5.2인치)보다 큰 것도 장점이다. 다만 무게가 190g으로 경쟁 제품보다 다소 무겁고, 뷰3와 같은 정전식 펜을 탑재해 와콤 필기 입력장치를 채용한 갤럭시노트3보다 필기 관련 기능이 다소 떨어진다는 부분은 약점으로 지적된다.

조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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