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이 '강남스타일'보다 더 신명날 수 있는 K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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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가 어려울 때 대금 소리에서 위안을 얻으며 국악에 빠져들었다는 윤영달 회장(왼쪽)은 이춘희 명창이 ‘본조 아리랑’을 부르자 덩실 춤사위를 펼쳤다. 윤 회장은 "아리랑을 세계에 띄울 때가 됐다"고 말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명창의 소리는 최고 경영자도 춤추게 한다. 윤영달(68) 크라운 해태제과 회장은 중요무형문화재 제57호 경기민요 보유자 이춘희(66)씨가 창을 하자 두 팔을 펼쳐 덩실덩실 장단을 맞췄다. 11~13일 서울 광화문광장과 서울광장에서 판을 벌일 ‘2013 서울아리랑페스티벌’을 이끄는 두 사람은 “아리랑을 세계에 띄울 때가 무르익었다”고 신명이 났다.

 서울아리랑페스티벌 조직위원장을 맡은 윤 회장은 일찌감치 아리랑의 가치를 알아보고 몇 년 전부터 준비를 해오다 아리랑이 지난해 12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오르자 무릎을 쳤다. 전국 100여 곳 영업조직망에 ‘각 지역의 아리랑을 찾아내라’고 부탁했다. 그렇게 발굴한 아리랑 47곡을 무대에 올려 신명과 흥으로 엮었다. 그 힘을 온 국민이 즐길 수 있도록 복합문화예술마당으로 만든 게 서울아리랑페스티벌이다.

 이 명창이 “애국가를 아리랑으로 하면 좋겠다”고 하자 윤 회장은 “우리 민족의 혼을 펄펄 뛰게 하는 소리이자 세계인이 마음으로 느낄 수 있는 노래”라고 받았다. 지난 5월 열린 ‘서울 국제 조각 페스타’ 참가 작가들에게 유튜브에서 아리랑을 듣고 드로잉을 하라고 주문했더니 모두들 아리랑을 흥얼거리더라는 일화를 소개한 윤 회장은 “아리랑이 싸이의 ‘강남스타일’보다 더 신날 수 있는 K팝”이라고 자신했다.

 개막공연 ‘우리랑 아리랑’에서 ‘본조 아리랑’을 부르며 사흘 행사의 길을 열 이춘희 명창은 “내가 어릴 때는 경기민요가 대중가요였다”며 젊은이들이 들을 기회가 없어서 국악이 소외당하고 있다고 아쉬워 했다. 공교육에 국악 과목이 들어가고, 국악초등학교도 세우면 좋겠다는 이 명창 소원에 윤 회장은 “얼쑤” 추임새를 넣었다.

 “기존 축제와 차별화된 다양한 시도로 시민들을 저절로 모이게 했어요. ‘뽐내라 아리랑’ 무대는 참가자가 노래를 부를 때마다 후원 기업에서 유니세프에 1만원씩 기부하는 나눔 프로그램입니다. 노래도 하고 어려운 사람도 돕고, 아리랑은 사람 살리는 노래입니다. 태양광 설치물로 친환경적 행사를 만든 것도 뿌듯해요. 모두 행복하고 다같이 즐거운 이 판에서 스트레스를 확 풀고 나면 싸움도 덜할 겁니다.”(윤영달 회장)

 “휠체어를 타고 나온 90세 노인이 말은 어눌한데 창은 완벽하게 하는 걸 보고 ‘시니어 국악경연대회’를 했으면 싶었어요. 희수(喜壽·77세), 미수(米壽·88세), 장수(長壽)의 비결이 아리랑 부르기일 수도 있죠.”(이춘희 명창)

 2002년 월드컵대회 응원전에 끓어오르던 에너지를 아리랑 판에서 발산하자고 입을 모은 두 사람은 “11일 오후 6시 차 없는 광화문 광장에서 만나요” 인사했다.

글=정재숙 문화전문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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