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제 안은 경기…「체인·스토어」-남대문시장 제품판매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결시키는 체인·스토어 방식을 따서 지난 6일 남대문시장 C·D동에서 문을 연 중소기업제품 직매장은 앞으로 상공부가 시도할 전국 체인·스토어 설치 문제를 앞두고 서울시에서 첫 시도를 꾀한 것으로 중간 상인의 쓸데없는 이익을 배제하고 소비자를 얼마나 보호할 것인지 테스트·케이스로서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이 중소기업 제품 직매장은 메이커-중간상인-소비자로 된 현재까지의 유통과정을 메이커-소비자로 단축 지금까지 중간도매상들이 취한 이윤을 소비자에게 돌려준다는 것인데 바꾸어 말하면 시장가격보다 평균 25% 싸게 소비자가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직매장의 상품은 가격과 품질 표시가 되어있는데 10일 직매장에서 60원하는 동산포 「논·런 스타킹」이 일반시장에서는1백원씩 받고있으며 직매장에서의 6백50원 짜리 현대 「와이샤쓰」를 소매시장에서 1천원을 부르고 있다.
또 9백원, 45원으로 각각 가격표시가 되어있는 남자용 「스웨터」와 럭키비누 갑이 시장소매상에서는 각각 1천3백원과55원에 팔리고 있다.
똑같은 인조피 응접 세트가 직매장에는 7만7천원, 백화점에는 10만5천원으로 적혀있었고, 시내가구점에서 15∼16만원을 홋가하는 티크 제 10자 통조각 장롱이 직매장에는 12만5천원의 가격표가 불어 있었다.
직매장 상품의 가격은 생산원가+부대비(운반비+관리비)+5∼10%의 이윤(상품마다 차이가 있음)으로 구성되며 가격결정은 시·메이커·조합 등이 합의토록 돼있는데 앞으로 시는 직매장 상품 가격 심의 때 소비자 보호단체도 참가시킬 계획이다.
D동 3층 84호 편직물 가게주인 이순신씨(50)는 『처음에는 이윤이 박해서 장사가 잘 되지 않을까 보아 퍽 걱정을 했는데 매상이 점점 늘고 있다』고 말하고 『직매장에 나오면서부터 중간도매상들에게 시달리지 않고 항상 현금을 만질 수 있어 좋다』고 홀가분해 했다.
조합에서 처음 이곳에 입주할 메이커들을 모집했을 때는 모두 머리를 흔들었으나 요즘에는 입주를 원하는 사람들이 몰려들지만 점포가 없다고 협회 측은 말하고 있다.
그러나 직매장 상품은 모두 중소기업의 생산품이므로 가구류를 제외하곤 고급품이 적고 시장이나 백화점처럼 물품이 다양하지 못한 것이 흠이다.
그리고 가구와 같은 경우 시내 먼 곳까지는 옮겨주지 않는 서비스 상의 단점도 있어 앞으로 서비스 면의 많은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되고있다.
처음에는 물품이 싸다는 잇점 때문에 시민들의 인기를 얻을 수가 있으나 쏠리는 인기를 악 이용한 일부상인들의 폭리와 불친절이 나타난다면 직매장전체의 신용타락과 함께 소비자의 불신임이 일어나 직매장의 역할은 실패하게 될 것이 뻔하다.
서울시는 이같이 예상되는 병폐를 미리 막기 위해 곧 직매장 관리규정을 마련, 단속에 나서겠다고 밝히고있으나 점포마다 주인이 다른 상황에서 상인모두가 공생 공사한다는 상도의가 앞서지 않는 한 단속만으로 힘들 것 같다.
따라서 서울시와 조합은 도시민들의 생활감각에 민감하게 적응, 시민들이 필요로 하는 물품들을 다양하게 갖추지 않으면 안될 것으로 보인다.
과거 직매장이 실패한 이유는 소비자의 구미에 맞는 물품이 없었던 것에 가장 커다란 이유가 있다.
한편 직매장이 크게 성공할 경우 메이커로부터 생산품을 사들였던 많은 중간 도매상들은 자연 도태될 것이므로 이들에 대한 대책도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요즘 중간상인들은 『도매상에 넘기는 가격으로 직매하면 우리는 어떻게 장사하느냐』는 항의가 메이커에 쏟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직매장과 같은 종류의 상품을 소매하고 있는 남대문 시장 상인들은 점차 이사갈 채비를 하고있다.
연 건평 1천2백평(점포정수6백평)에 1백14개 점포가 들어서 있는 이 직매장에는 스테인리스·가구·공예품·스웨터·내의·양말·가방·등산기구·운동구·운동복·연사·석기·피복·화장품·가공 해태·기타 생활필수품 등 1백30여개 품목의 상품이 진열돼있다. 서울시는 남대문 시장 직매장의 운영결과를 보아 좋은 성과를 거둘 경우 각 구마다 중소기업제품직매장을 만들 계획이다. <채영창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