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어드 장관의 신 전략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멜빈·레어드 미 국방장관은 9일 미 하원군사위원회에 총1박인 「페이지」에 달하는 연례국방보고서를 제출했다. 이 국방보고서에서 우선 주목을 끄는 것은 미 국방 5개년 계획을 피력한 것이며, 새로운 미 국가안보전략으로서 『현실적인 억지전략』이 명시적으로 언급됐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그의 국방보고서는 장기적이며 새로운 시대에 대응할 미군의 신 전략을 내세웠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레어드 장관의 말을 빌면, 신 전략은 힘·협력관계·협상으로 평화를 추구하며 전쟁을 예방하려는 것으로서 보다 구체적으로는 ①평화에 대한 복수 적인 위협을 과대 또는 과소평가하지 않으며 ②자유세계의 군사적인 억지력을 유지강화하며 ③세계경찰이나 신고립주의도 아닌 현실적인 중간노선을 걷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같은 신 전략은 미행정부가 이미 내세운 닉슨·독트린이나 외교방침을 국방 면에서 현실화하는 것으로 새삼 놀라운 것은 아니지만, 이 백서를 통해 우리는 다시 한번 미국의 대외정책과 국방정책이 크게 전환하고 있음을 주시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 5개년에 걸쳐 전개될 미 국방 정책에서 또 하나 주목되는 것은 지원병(73년7월1일)만으로써 약2백50만의 병력을 확보할 것과 국방비는 국민총생산의 7%이하로 잡고 있으며 총체적으로 평화시의 국방정책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될 때, 우리가 쉽게 예상할 수 있는 것은 무엇보다 미국의 해외주둔군이 더욱 감축될 것이며, 경우에 따라서는 주한미군도 다시 감축되는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레어드 미 국방장관은 전기한 국방보고서에서 북괴정세분석에 관한 한 비교적 정확한 판단을 했다. 즉 북괴는 현대식 군대로 고도의 임전태세를 갖추고 있으며 외부지원 없이 단독으로 공격작전을 감행할 수 있다고 지적한 점이 바로 그것이다.
그럴수록 우리가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유사시 한국방위를 위한 미국의 협조이다. 물론 한·미 상호방위조약이 있고, 미국은 거듭 그 공약의 준수를 확인한바 있으므로 우리는 그것을 마음 든든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요컨대는 유사시 자체를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북괴도발을 억지하기 위한 최선의 대책, 즉 한국의 자위력을 강화하기 위한 국군현대화가 미국의 협조와 지원으로 지체없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며, 적정규모의 미군을, 한국을 비롯해서 「아시아」에 계속 주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겠다.
레어드 장관은 『한국군은 5개년 현대화계획을 통해 강화될 것이기 때문에 미국은 필요한 방위태세를 약화함이 없이 미군감축계획을 추진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는데, 앞으로 5년에 걸친 1억5천만「달러」의 대한 추가군원으로 모든 것이 「커버」된다고 생각하거나, 그것으로써 주한미군의 추가감축을 너무 조급하게 서두르는 일이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현 규모의 주한미군은 상징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과소 평가할지 모르나, 그렇다 하더라도 그것이 한국민의 사기에 미치는 영향을 비롯해서 북괴로 하여금 그들의 도발을 억지 시키는 작용을 한다는 것은 누구나 의심할 수 없는 일이다. 한국국민으로서는 미국의 국방정책과 전략전환이 과연 어디까지 갈 것인가에 적지 않은 의구심을 감출 수 없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럴수록 새로운 정세에 대처할 수 있도록 우리대로의 자위력 강화에 보다 더 힘쓸 것을 차제에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