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통합지주회사 출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4면

LG그룹이 1일자로 통합지주회사인 ㈜LG를 공식 출범시켜 국내 대기업 그룹으로는 처음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된다.

LG측은 28일 LGCI(화학부문 지주회사)와 LGEI(전자부문 지주회사)를 합병한 ㈜LG가 출범하며, 이 회사는 총 49개 계열사 중 LG전자.LG화학.LG산전 등 34개 계열사를 편입시켜 이들 자회사의 사업활동을 관리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 회사 구조조정본부 정상국 부사장은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계기로 계열사 간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 선진형 기업지배 구조를 갖추게 됐다"고 설명했다.

◇규모와 기능=㈜LG의 자본금은 1조3천여억원. 대주주인 구(具).허(許)씨 두 가문이 54%의 지분을 소유, 안정적으로 지주회사를 지배하고 있다.

LG전자 등 34개 계열사 주식을 포함해 총자산은 6조2천억원이며, 부채비율은 35%로 출범한다. 이 회사는 ▶출자 포트폴리오 관리▶자회사 성과관리▶브랜드 관리육성 등에 주력할 방침이다.

또 ㈜LG는 3월 중 이사회를 개최해 대표이사를 선임, 지주회사 조직구성을 완료할 계획이다. 구본무 LG회장이 지주회사의 수장을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LG 구조조정본부는 지주회사에 편입되지 않고, 당분간 그대로 남아 사업조정과 재무개선 등 기존의 역할을 계속 담당한다.

기존 계열사 중 LG투자증권과 LG카드 등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에 편입될 수 없는 금융계열사와, 대주주가 직접 지분을 보유하며 계열기업 관계를 유지할 LG상사.LG건설 등은 지주회사에서 제외됐다. 또 LG전선.LG니꼬동제련.LG칼텍스가스.극동도시가스 등 4개사는 올해 말까지 계열 분리 할 예정이다.

◇의미와 과제=LG의 지주회사체제 출범은 '선단경영'일변도인 국내 그룹들의 지배구조에 또 하나의 대안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경영투명성 확보를 강조하는 새 정부의 재벌개혁 정책과 맞물려 다른 대기업 그룹들로 확산될 가능성도 크다.

지주회사 체제는 계열사의 신규 투자.출자 등이 모회사를 통해서만 이뤄지기 때문에 계열사 간 출자가 불가능해 투명경영이 가능해지며 연쇄부실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장점이 있어서다.

LG측은 "지주회사 출범이 궁극적으로 주주가치와 기업가치를 극대화할 것"이라며 "순환출자와 오너 지배 등 재벌이 갖는 부정적 이미지도 해소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자회사로부터 받는 배당수입이 ㈜LG의 유일한 수입원이라는 점에서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지주회사의 규모를 적정하게 유지하고, 자회사들이 영업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지켜나가야 한다"며 "지주회사 설립이 확산될 수 있도록 정부의 법적.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현목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