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기와 교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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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국기의 유래는 유사 이전부터 찾아볼 수 있다. 「브리태니커」백과사전에 따르면 고대 「이집트」에선 벌써 이와 비슷한「심벌」이 있었다. 그러나 당시엔 엄격히 말하면 군기였다. 전장에서 아군과 적군을 구별할 필요가 있었다. 동양에선 고대 중국의 주왕조때 이미 임금 앞에서 흰 깃발을 날렸다. 주나라는 기원전 l121년에 세워졌다. 고대중국에서 볼 수 있는 깃발들은 붉은새(조)나 흰호랑이, 아니면 육룡 등을 그려 넣고있다. 현대엔 국기가 없는 나라는 없다. 「아프리카」의 신흥국가들은 헌법에까지 그것을 명문화하고 있다. 대개는 관례에 따라 국기의 도안과 규격을 만드는 것이 보통이다.
국기의 색깔은 어느 나라이고 3색을 넘는 예가 드물다. 색깔은 국민감정에 따라 다르다. 그러나 그것이 상징하는 의미들은 어느 경우를 막론하고 이상적인「비젼」을 담고 있다. 자유·평화·진리·순수·박애·평등 등….
종교색을 포함하는 나라도 없지 않다. 「타일랜드」의 백색은 불교를, 「이란」과「사우디아라비아」의 녹색은「이스람」교를 나타낸다.
우리의 태극기는 우주만물이 생긴 근원을 상징한다. 그러나 그 국기의 도안이야 어떻게 되었든 우리의 국체를 상징하는 데에 더 뜻이 있다. 동난 당시, 우리는 태극기만 보면 가슴이 벅차던 기억이 새롭다. 서울을 탈환하는 국군의 소총끝에 태극기가 매달린 것을 보고 눈물을 글썽이지 않은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그 만큼「심벌」의「메터퍼」(함축성)는 우리를 감격시킨다.
기독교의 어느 교파에서 태극기를 우상시하고 배례를 거부한 것은「넌센스」이다. 더구나 이 국기 거부는 순수한 종교인에 의한 것도 아니고 중학신입생에게 일방적으로 강요되었다. 물론 이 중학생들은 그 교파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다. 다만 추첨에 의해서 그리로 배정된 것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이 학생들은 어느 종파의 강요를 받을 의무가 없다. 신앙의 자유와도 관계가 있는 것이다.
국기를 우상시하는 교리는 좀 시대착오적인 것 같다. 현대의 종교는 한겹씩 그 배타적인 속성을 벗어가고 있다. 그렇지 않고는 오늘의 현란한 문명세계에 적용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보수적인 「가톨릭」까지도 교리해석의 혁신시대를 맞고 있는 것이다.
그 종파는 국기의 우상론에 집착하지 말고, 진보한 교리의 해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고는 이 한국의 국체는 고사하고, 우선 이 지상에선 포교할 곳이 없을 것 같다. 공중에 떠있는 종교는 도대체 우리 인간과는 아무 관계도 없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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