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국 일곽처리론을 엄계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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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분단국문제가 근래 「유엔」을 비롯, 강대국 내에서 <분단국 「유엔」동시가입>이란 방법으로 거론되고있는 경향에 대해 우리는 중대한 관심을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분단국 일괄처리론의 근거를 살펴보면 대개 세 가지로 집약할 수 있다.
첫깨는 분단상태가 정치적 「이데올로기」의 대립, 분단에 관련된 대국의 이해관계, 분단국 내의 정치권력의 고정화로 인한 비결자세의 경직화 등 얽히고 설킨 사정으로 재통합의 전망이 흐려져 가고 있다는 점, 둘째는 서독의 「브란트」수상이 동서독의 동시「유엔」가입을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취하게 되었다는 점, 세째는 작년 제25차 「유엔」총회에서 중공을 「유엔」에 가입시키고 자유중국을 「유엔」에서 축출하자는 공산측의 <중국대표권>문제가 단순과반수의 지지를 받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캐나다」를 비롯한 중공승인국가가 늘어가고 있는 실정에 비추어 난처한 입장에 처하게 된 미국·일본 등이 <분단국동시가입>이라는 편법을 생각해낸 것이라 하겠다.
그러나 한·중·월·독 등 분단국문제는 오늘날 어떠한 국가의 경우이건 강대국간의 무원칙하고 기회주의적인 모개흥정으로 좌우될 수 없는 성질의 것임은 물론, 일률적으로 분단국이라고는 하지만 그 분단경위의 역사적 배경이나 국제정치상의 법적 지위가 각각 이질적인 특수성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이와 같은 사리는 한국과 독일의 경우만 비교해봐도 명백하다. 한국의 분단은 일제의 항복을 수리하기 위한 미소양군의 남북한진주로 편의상 일시적으로 그어진 38도선이 부당하게 냉전의 희생물로 발전한 것으로, 패전의 결과로서 분단된 독일의 경우와는 본질적으로 판이한 운명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국제법상의 독일의 입장과는 달리 1948년 제8차 「유엔」총회에서 유일한 합법정부로서 공인된 바와 같이 한반도 안에는 대한민국이란 오직 하나의 정부, 하나의 국가만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독일은 두 차례나 전인류를 전쟁참화 속에 휘몰아 넣었던 세계대전의 장본인이었다는 점에서 독일의 8천만의 통일강대국으로 재등장하는 것을 「유럽」주변국가들은 큰 위협으로 꺼려하고 있음이 솔직한 실정이기도 하다. 공존의 풍조와 더불어 현상동결을 각오한 「브란트」정권이 사실상 두개의 독일을 인정하고 나선 소이도 그와 같은 설정에 기인하는 것이라 하겠다.
이에 비해 한국의 통일은 어느 나라에 대해서도 위협요인으로 간주되지 않고 있을 뿐더러 통한이 도리어 극동의 평화유지를 위해 긴요불가피한 시대적 요청임을 아무도 부인치 못할 것이다. 중국문제 또한 한국과는 역사적 배경이나 법적 개념이 판이하다. 중국문제는 한국의 경우와 같이 「유엔」헌장 제4조에 의한 「유엔」가입문제가 아니라 「유엔」에서 자유중국을 축출하고 중공이 그 자리를 대신 하겠다는 대표권 문제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일본이 자유 「아시아」국가들의 의사를 외면한 채 독주하고있는 대중공접근책은 결국 자유중국공부를 말살하려는 우방부재, 신의몰각의 경거망동으로 극동의 안보에도 큰 위협이 아닐 수 없다.
한편 「우·탄트」 「유엔」사무총장이 주장하는 분단국동시가입논의 근거는 「유엔」의 보편화원칙이고 그 이상은 긴장완화라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 주장은 분단의 비극을 항구화시키려는 망발에 불과하다.
특히 한국의 경우 분명히 북괴는 「유엔」에 의해 침략자로 규정된 괴뢰집단으로서 줄곧 「유엔」의 권위와 권능에 대해 도전적이었으며, 무력적화통일이란 교조적 광신을 버리지 못하고 온갖 침략 도발행위로 평화를 파괴하고있다는 엄연한 사실을 「유엔」의 양식은 직시해야 한다. 그들을 「유엔」에 끌어들인다는 것은 긴장완화는 커녕 도리어 그들의 침략적 기세를 북돋워주고 「평화의 전당」으로 상징되는 「유엔」을 그들의 정치적 선전무대와 권력신장의 투쟁장으로 제공하는 결과 밖에 안된다.
이와 같이 여타분단국가와는 본질적으로, 현실적으로, 법리논상으로 판이한 한국문제가 미일의 대중공접근책의 일환으로, 혹은 독일문제의 유형으로 일괄처리의 대상이 될 수 없음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내셔널·인터레스트」 중에는 양보할 수 없는 한계선이 있는 법이다. 분단국 일괄처리가 우리의 통일을 방해하고, 우리의 운명을 뒤흔드는 일이라면 그것은 절대로 용납될 수 없다.
우리는 자신의 운명을 남으로부터 강요당하지 않고, 자주·자결해나갈 국제법상의 권리와 의무를 가진 엄연한 주권국가이다. 거듭 밝혀두지만 분단국처리문제는 강대국간의 이해관계나 당사국의 의사를 무시한 국외자의 편승주의에 의해 농락당할 수 없다.
더우기 한국분단의 비극은 전후처리에 있어서 강대국간의 편의주의의 제물이 된 말하자면 부당한 대국주의정책의 희생물임은 천하공지의 사실이다.
이 불합리한 분단의 책임을 져야할 대국들이 이제 또다시 분단의 고착화를 꾀한다면 그것은 또 하나의 인류죄악사의 음모로 역사의 심판을 받을 것이다. <법박·국회외무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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