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재무의 연설이 뜻하는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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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남덕우 재무부장관이 「어디까지나 사견」이라고 조심스러운 단서를 불인 「중앙은행의 개발금융 참여」문제는 앞으로 새로운 개발금융 논쟁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여 주목을 끌고 있다.
남 장관은 관훈 「클럽」초청 연설에서 「중앙은행의 개발금융 참여금지가 과연 개발도상국의 금융 정책상 합리적이냐」에 대해 개인적인 의문을 표시하고 『성장통화의 공급이 개발 금융을 통해 경제 순종체계에 공급되어도 무방하지 않겠느냐』고 말함으로써 개발금융정책의 방향 전환을 시사했다.
물론 그는 이 문제가 하나의 정책적의도가 아닌 개인의 의견이며 앞으로 『더 많은 연구돠 지적인 토론이 필요한 과제』라고 주역을 달았지만 지국까지 재정자금에만 의존해 오던 개발 금융체제가 재원 고갈로 한계점에 이른 감이 없지 않은 우리나라의 현 여건으로 보아 그의 사견으로부터 정책적 함축을 전적으로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다.
금융 이론의 전통적 견해는 상업은행이나 중앙은행의 장기개발 금융담당을 「터부」시하고 단기 상업 금융 전담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물론 중앙은행이 이 자금 공급의 「최후의 보루」라는 전통적·보수적 영국식 「룰」에 따른 것으로서 개발금융은 이의 전담기구를 통해서만 가능하도록 되어있는 것이 통례다.
그러나 동남아 제국이 지난20년간 경험한 바로는 재정부담에 의한 개발금융은 재정 적자요인으로 등장했고 재정부담의 한계는 곧 개발금융의 한계를 의미함으로써 새로운 정책전환이 불가피했다.
또한 이에 따른 중앙은행의 과잉 유동성 공급과 이에 근거한 강제저축도 일부적정 「인플레이션」이론가들의 예언과는 판이하게 자원배분의 비효율, 가격기구의 왜곡을 초래함으로써 경제구조의 질적인 취약성을 심화시켰다.
재정 주도형 개발방식은 상대적인 금융, 민간부문의 위축을 초래, 이른바 「금융의 일원화」현상이 두르러졌으며 당연히 중앙은행의 역할도 단기자금 취급의 상업은행에만 국한되어 통화가치안정에 소극적·보수적인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었다.
동남아제국은 지난 20년간 경험에 따라 이른바 재정주도형 개발에서 민간·금융 주도형으로 서서히 그 방향전환이 이루어지고 당연히 중앙은행의 역할도 종전의 보수적·피동적 입장에서 개발에의 능동적·적극적인 참여가 요청되고 있으며 남 재무의 사견은 이같은 현실적 요청에 입각할 때 충분히 정책적 함축을 갖는 것으로 풀이될 수 있다.
더우기 현재의 개발 금융 전담기구인 산은이 재원조달의 한계로 개점 휴업상태인 점을 고려할 때 이같은 의미는 더욱 두드러진다. 현행 한은법 69조는 최장 1년 이상의 대출을 금지하고 있으며 동법 57조는 모든 금융기관 예금에 동일 지준율을 적용하도록 규정되어있다(농협제외).
남 재무의 구장은 이들 규정의 개정을 통해 한은의 대산은 재할을 가능케 하고 제도금융도 한은의 통제를 받게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재 인도·「실론」 등의 중앙은행은 직접 개발 금융기구에 출자, 직접 깊이 참여하고있으며 여타 개발도상국들도 점차 이같은 형태로의 개발 금융정책 방향을 채택하고 있다.
그러나 중앙은행의 자율성이 운위되고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한은 발권력에 의한 개발금융에의 과도한 참여가 가져올 수도 있는 마찰적 요인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는 또 하나의 정책과제로 남게될 것이다. <김영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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