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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상에 유감|최준 <중앙대 교수·신문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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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3월이 오면 각종 문화상 바람이 일기 시작한다. 3·1 문화상을 비롯한 서울시 문화상, 5·16 민족상, 독립신문기념상, 문공부의 대한민국문학상, 그리고 기타 여러가지 상들이 꼬리를 물고 화려한 시상식을 갖는다. 아름다운 풍경의 하나임에 틀림이 없다. 상을 받는 사람이거나 이를 지켜보는 사람이거나 간에 한결같이 흐뭇하고 유쾌하기 그지없는 노릇이다.
자유당 정권 시대만해도 문화상이란 불과 몇개 아니 되었으나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전국 각 시도에서도 문화상 제도가 마련되어 있어 그 수효는 사뭇 불어났다.
문화상 중에서 가장 오랜 역사와 전통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는 아마도 서울시 문화상을 손꼽는 것이 옳을 것이다. 창설된지 24년이요 시상식은 올해를 합치면 21회가 된다.
3년 동안의 공간이 있는 것은 6·25 동란으로 중단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1948년 윤보선 시장 시대에 창설된 서울시 문화상은 처음에는 문학·미술·연극·음악·공예 등 5개 분야로 나뉘어져 있었다. 이것이 그후 점차로 확대되어 전기 5개 부문 이외에 인문과학·자연과학·무용·영화·건설·체육·언론·출판 및 방송 등 14개 분야로 발전했었다.
그러나 서울시 문화 위원회가 시 교육위원회로부터 서울특별시의 자문 기관으로 바뀌면서부터 지금과 같은 학술·예술·교육·언론·건설 등 5개 부문으로 오므라졌다. 그대신 상금은 부쩍 늘어 20배로 올랐다. 상금이 대폭 오른 것은 매우 좋은 일이나 14개 부문을 5개 부문으로 줄여놓음으로써 오는 심사상의 어려움이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가 없다.
언론 부문에서 예를 들자면 신문 방송 출판 등이 이에 포함되어 있는데 각기 분야가 다르니 만큼 그 우열을 가려내기가 몹시 힘이 든다는 얘기다.
각종 문화상에는 그 나름대로의 개성을 가지고 있는 법이다. 서울시 문화상의 경우, 수상자 내외가 함께 나와서 한사람은 상패, 또 다른 사람은 상금을 받는 광경은 아름다운 한폭의 그림이다. 내외가 함께 나와서 상을 받게한 것은 바로 서울시 문화상이 처음이며, 이는 창설이래 지금까지 계속 예행돼오고 있다. 열네쌍이 나란히 앉아 있는 모습은 참으로 평화롭고 행복한 장면이었으며 시민 회관을 메운 시민들의 다시없는 눈요기도 되었었다.
예산 관계도 있을 것 같으나 서울시 문화상은 종래의 14개 부문으로 다시 되돌아가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 상의 개성을 살리기 위해서나 각 분야의 문화 향상을 위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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